공자에게 제자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현명해질 수 있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라.” 이 가르침은 기업경영에서도 통한다. 가득 차지 않은 잔이어야 물을 더 채울 수 있는 것처럼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할 때 타인의 의견을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다. 또 타인의 생각을 많이 접할 수 있다면 경영자는 그들로부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다.
![[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8>스마트 무버 되기 ④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라](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7/10/451775_20130710131731_537_0001.jpg)
스마트 무버(Smart Mover)가 되기 위한 자세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할 수 있어야 외부중심적 아웃사이드-인(Outside-In) 사고가 펼쳐진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만은 지식을 세 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알고 있는 범주(Known Knowns)`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범주(Known Unknowns)`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범주(Unknown Unknowns)` 등이다. 알고 있는 범주는 기지(旣知)로,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범주는 인지(認知)로,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범주는 미지(未知)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어떤 결정을 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기지 범주 안에서 생각하고, 간혹 인지 범주에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지 범주는 생각조차 못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자가 사업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지 범주는 주로 대비하고, 인지 범주는 어쩌다 대비하고, 미지 범주는 그 존재조차 모르니 대비를 생각조차 못한다. 하지만 경영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큰 어려움은 대부분 예상치 못한 환경변화에서 생겨난다. 즉, 경영자가 겪는 난관은 인지나 미지 범위의 환경변화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사업을 성공적으로 준비하려면 인지와 미지의 범주를 가능한한 최소화하거나 그 존재를 의식하도록 애써야 한다.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이른바 내부중심적 인사이드-아웃(Inside-Out) 사고만으로는 인지와 미지 범주를 완벽히 대응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지 범주를 넓히면서도 인지와 미지 범주를 줄여주는 외부중심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사방에서 배워 익히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미지 범주를 기지 범주로 만들면 최상이겠으나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미지 범주를 인지 범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이야기라도 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을 앞서 개척하려는 선도자(First Mover)는 경영 과정에서 잘 모르는 범주를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개연성도 크다. 그래서 잘 모르는 인지와 미지의 범주를 먼저 의식하고 줄여서, 선도자 겪게 될 어려움을 줄여나갈 수 있는 스마트 무버의 자세가 중요하다.
인지·미지 범주에 대한 대응은 문화적 환경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공부 잘하는 사람치고 돈 잘 버는 사람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 완벽히 맞는 말은 아닐지라도 그 행간의 의미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기지 범주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넓어진 기지로 공부의 대부분을 해결한다. 그러니 공부를 잘 한다는 사실 자체가 본의 아니게 기지 범주에서 안주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한국 문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 교육에서는 여럿이 서로 모여 잘 모르는 인지·미지 범주를 더불어 풀어 가도록 장려하는 문화가 부족하다. 반면 서구의 교육에서는 서로가 도와가며 더불어 풀어가도록 장려한다. 공부 못했던 사람은 공부 외적인 부분에도 당연히 인지 범주와 미지 범주가 존재하고, 그 범주가 넓고, 그 잘 모르는 범주를 이해하려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반면 공부 잘 하는 사람은 기지 범주 안에 머물면서 자기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생각하기 쉽다. 아마도 이런 속성 때문에 공부 잘 하는 사람은 외부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돈을 잘 벌지 못한다는 속설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공부 잘하는 사람이 인지·미지 범주까지 인정하면서, 외부중심적으로 생각하고, 바깥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려 한다면 그들은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초빙교수 dwight@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