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가 과거 논란이 됐던 학생 상대평가제도를 절대평가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과도한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인재 양성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차등 등록금 제도 개선과 함께 KAIST 교육 행정 시스템 개혁 방향이 잡혀 주목된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학생 성과를 줄 세우는 상대 평가 제도를 개인 역량에 중점을 둔 절대 평가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교수회의단 등 전담팀에서 개선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KAIST 관계자에 따르면 절대평가제 전환은 차등 등록금제 폐지와 함께 내년 1학기때부터 적용 될 예정이다.

KAIST 학생 상대평가제도, 차등등록금제도, 전면영어강의 등은 서남표 전 KAIST 총장 당시 학생에게 학습 부담을 주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잇따른 KAIST 학생과 교수 자살 이후 서 전 총장의 `실패한 개혁`으로 지탄받았다.
강 총장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에서 개최된 `카이스트 실리콘밸리 이노베이션 플랫폼` 개소식에서 `차등 등록금제도` 폐지 의사를 밝혔다. 차등 등록금제도는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던 KAIST 장학 제도 대신 평점 평균 3.0 미만인 학생을 상대로 0.1점 낮아질 때마다 등록금을 부과하는 징벌적 성격의 등록금 제도. 상대 평가제도에서는 일부 학생은 무조건 등록금을 부과해야했다. 강 총장은 “학생들이 학점 관리만 신경쓰다보니 역량을 기르는 데 집중하지 못한다”며 “평가하는 방식과 함께 인식도 바꿔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차등 등록금제 폐지에 맞춰 성적 순위 비중에 따라 학점을 주는 상대평가제도도 절대평가로 개선한다. 강 총장은 “평점 3.0 이하면 다시 등록금을 토해내 학생들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쉬운 과목만 듣는 등 문제가 가중됐다”며 “도전해야 할 학생이 평가 관리만 하고 있으면 국가적으로도 손해”라고 말했다.
강 총장 KAIST 성과 평가 개선이 KAIST 내부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한 KAIST 교수는 “성적에 대해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며 “교육 철학과 관계된 사안이다 보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자살 사건=2011년 1월 KAIST 학생이 음독 자살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4월까지 총 4명의 학생과 교수 1명이 자살했다. 학교 측은 서 전 총장 주재로 긴급상황 점검회의를 여는 등 원인 조사와 대응책 마련에 고심했다. 당시 여론에는 차등 등록금제와 전면 영어강의 등 서 전 총장의 `개혁 실패`가 KAIST 비극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김태원 의원(새누리당) 국감자료에 따르면, KAIST 재학생 6173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 결과, 14.3%(884명)이 우울증 증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많은 학습 스트레스를 받고 자살자 4명 가운데 3명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 김 의원 측 설명이다. KAIST 교수협의회는 서 전 총장의 `독선적 리더십`을 비판하며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