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쓴 `여덟 단어`라는 책에 보면 음악은 세 번 태어난다는 구절이 있다. “음악은 세 번 태어납니다. 베토벤이 작곡할 때 태어나고 번스타인이 지휘할 때 태어나고 당신이 들을 때 태어납니다.”
음악을 책으로 바꿔보자면 책도 세 번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음악처럼 지휘자가 없으니까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작가가 책을 쓸 때, 독자가 책을 읽을 때, 태어나고 읽은 책을 몸으로 실천할 때 태어납니다.” 작가의 손을 떠난 책은 독자의 손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죽기도 한다. 책은 독자가 읽어줘야 책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한다. 작가의 손을 떠난 책을 독자가 어떻게 읽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책은 본래의 의도와 의미를 넘어서는 다른 책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독자가 책을 읽고 읽은 대로 몸소 실천에 옮기는 순간, 책은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하며 가슴으로 느껴도 몸을 움직여 책의 내용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책은 죽은 책이나 마찬가지다.
다독(多讀), 정독(精讀), 속독(速讀), 묵독(默讀), 낭독(朗讀)도 좋지만 책을 읽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필사적(必死的)으로 필사(筆寫)한 다음 필사한 내용대로 몸을 움직여 실천하는 `체독(體讀)`이다. 아무리 좋은 책을 많이 읽었어도 메모한 내용이 없거나 책을 읽고 실제로 몸을 움직여 실천하지 않는다면 눈으로 읽고 기억하는 수준에 머무르거나 가슴으로 느끼고 감동받는 수준에서 그치는 절름발이 독서에 불과하다.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는지보다 읽은 책을 얼마나 많이 실천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저자의 숨결을 따라 손으로 꾹꾹 눌러 쓰면서 저자의 문제의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와 저자는 구분되지 않고 일심동체가 된다. 저자의 체험적 기록인 책을 독자가 따라서 필사하고 필사한 내용을 실천하는 독서야말로 검색이 난무하는 디지털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독서방법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