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일어난 한국전쟁으로 우리 국토는 잿더미로 변했다. 배고픔을 벗어나기 위해 폐허 속에 공장을 짓고 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전기가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당시 정부는 원자력 산업을 발전시켜 우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했다. 그 결과 원자력 산업의 반세기 역사가 과거 경제 낙후국이었던 우리나라를 신흥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렸다.
![[그린오션포럼]원전, 초심으로 돌아가라](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7/11/450824_20130711192538_357_0002.jpg)
하지만 원전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지구 역사상 큰 재해로 기록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시작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동참하듯 우리나라의 원전산업은 크고 작은 비리의 연속, 거듭 되는 원전의 잦은 고장 등으로 40여년간 피땀 흘려 쌓아온 믿음과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후죽순으로 터지는 원전 문제에 정부와 원자력 업계는 재방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부품시험성적서 위조사건이 불거지면서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원자력 업계가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근본적인 의심마저 들 정도다. 오죽하면 북한 핵보다 대한민국의 원전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정부는 원전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칼을 뽑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원전 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확정해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원전 분야의 각종 비리사건이 원자력업계의 폐쇄성에서 기인했다고 보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유착관계 근절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또 원자력 업계 퇴직자의 협력업체 재취업 금지를 확대 시행하고 이를 위반한 납품업체엔 불이익을 줘 납품 구조상 유착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과연 이것만으로 뿌리 깊은 원전비리를 뽑아낼 수 있을까. 이번 원전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 상황에 과연 해결책은 초심(初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원전 업계에서 우리나라 원전의 신화를 일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지금의 마음이 초심과 같은지 묻고 싶다.
원자력산업은 1970년대 세계적인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석유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자립을 이룩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선택되어 1977년 고리 1호기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그 후 꾸준히 성장해 2000년에는 원자력 발전량 1조㎾h를 달성했고, 이제는 23기의 원전을 통해 국내 전력의 약 30%를 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원자력산업은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 높은 이용률과 세계적 수준의 낮은 고장률을 유지하면서 품질 좋은 전력을 값싸게 공급해 왔다.
기여도만큼이나 우리 국민도 전체적으로는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의 권위주의적 정책 추진, 정책결정 과정 및 시설운영의 불투명성, 소수의 원자력 전문가들에 의한 정보의 독점 등 부정적 요소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배신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원전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힘써야 하고, 한수원은 가동 원전의 안정적 운영에 힘써야 한다. 정부는 원전 정책을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앞의 선행과제가 뒷받침된다면 원전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보장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원자력 산업을 전면적으로 쇄신해 재도약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동안 국내 경제 성장에 현격한 공을 세웠지만, 원전의 역할은 아직 남아 있다.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과거 산업에서 미래 산업으로 넘어가는 중간 징검다리 역할의 숙제를 다 하기 전에 원전의 수고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초심을 되살려야 한다.
윤대길 원자력소통진흥회장 ydgzzang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