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문샷(Moonshot)

안경처럼 쓰는 컴퓨터.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 요즘 구글은 무모한 도전 같은 프로젝트를 하나 둘 현실화하고 있다. 구글 내 비밀연구조직 X팀이 주도한다. 구글 X는 100만분의 1밖에 안되는 성공 확률에 도전한다. 그들은 이것을 `문샷 사고(Moonshot thinking)`라 부른다. 달나라로 가는 무모한 도전이지만 기존 관습을 깨는 의지를 요구한다.

구글 X는 주주의 단기 이익을 만족시키는 제품이 아니라 공상과학영화 스타트랙에 나오는 것과 같은 미래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현재 매출을 일으키는 검색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다.

문샷은 구글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지난 3월 40년 전 인류를 달에 보낸 아폴로 11호의 로켓을 대서양 심해에서 인양했다. 아마존에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닌데 베조스 CEO는 엄청난 자비를 들여 인양을 감행했다. 그에게 아폴로 11호와 달 착륙은 지금의 아마존을 이룬 계기였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본인이 느꼈던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이 장면을 목격한 어린이가 제2의 제프 베조스를 꿈 꿀 수 있다.

현재 글로벌 IT 시장은 달나라로 갈 무모한 꿈을 꾸는 기업들이 주도한다. 단기 이익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결코 쉽지 않은 도전 과제를 정하고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최근 JP모건 보고서 한 장에 주가가 폭락하며 불투명한 미래와 위기론에 휩싸였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더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요지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공급망과 제조력을 자랑하지만 X팀과 같은 무모한 도전은 찾기 힘들다. 매년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놔야 하는 단기적인 압박에 시달리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외부에서 불러온 지금의 위기론을 떨치는 힘은 내부에서 나온다. 달을 향해 쏘는 무모한 도전이 삼성전자에 새 기회를 열 수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