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T도코모가 두 가지 제품에만 보조금을 파격적으로 몰아주는 `투톱 전략`을 꺼냈지만 오히려 가입자가 줄어들었다. 투톱 중 하나로 뽑힌 삼성전자 입장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일 가능성이 높다.
14일 외신을 종합해보면 6월 일본 이동통신 3사 중 NTT도코모만 가입 계약이 5900건 감소했다. 올해 1월 이후 5개월 만의 일이다. 이에 비해 소프트뱅크는 24만8100건, KDDI는 23만2200건 증가했다.
번호이동 현황도 마찬가지다. KDDI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8만5300건과 5만9900건 늘어난 반면 NTT도코모는 14만6900건이 빠져나갔다. 경쟁사 고객을 유치하려고 만든 투톱 전략이 현재까지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NTT도코모는 지난 5월 15일 삼성전자 갤럭시S4와 소니 엑스페리아A, 두 제품에게 보조금을 몰아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다른 제품과 가격이 3만엔 이상 벌어졌다. 두 제품은 투톱 전략 덕을 봤다. 7월 9일까지 판매량을 보면 엑스페리아A가 94만대, 갤럭시S4가 45만대 팔렸다. 엑스페리아A가 갤럭시S4보다 1만엔 정도 싸기 때문에 벌어진 차이로 풀이된다. 이 추세라면 엑스페리아A는 200만대, 갤럭시S4는 100만대를 웃돌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2만엔을 주는 제조사 보조금 카드를 꺼냈기 때문에 격차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일본 현지 언론은 NTT도코모가 꺼낼 히든카드로 `아이폰`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NHK와 요미우리신문 등 유력 매체가 연이어 아이폰 도입 가능성을 보도했다. 가토 가오루 NTT도코모 사장은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중에 20~30% 정도면 아이폰 도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며 “애플이 이 정도 목표를 납득할지가 의문”이라고 답했다.
언뜻 보면 아이폰에 탐을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가토 사장은 과거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도 “아이폰 문제는 기존과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나 다나카 다카시 KDDI 사장은 아이폰 도입에 즈음해서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비밀 엄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애플의 정책 때문이다. 반면 가토 사장은 아이폰 관련 내용을 자유롭게 얘기했다. NTT도코모의 차기 아이폰 출시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올 가을로 추정되는 아이폰 출시로 NTT도코모가 입을 피해는 적지 않아 보인다. 이 회사가 그나마 믿는 구석 중 하나가 `타이젠`이다. 타이젠은 새로운 모바일 운용체계(OS)로 삼성전자와 인텔, NTT도코모가 주축이다. NTT도코모는 올 2월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연내 삼성전자의 타이젠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지금 NTT도코모가 승부를 건 스마트폰도 삼성전자 갤럭시S4고 가을 이후 기대를 거는 구원투수도 타이젠 스마트폰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50만대 가까운 갤럭시S4를 일본에 팔았다. 아이폰 신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호조를 유지할 수 있다. 타이젠 스마트폰 흥행은 덤이다. NTT도코모에게는 시련의 계절이 다가오지만 삼성전자로서는 실리를 챙기는 기회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