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콘텐츠 제작업체에 초고선명(UHD) TV는 이미 차세대 논제가 아니다. 지난 1월 CES에서 LG전자, 삼성전자,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하이센스, TCL, 비지오, 웨스팅하우스 등 거의 대부분 전자제품 제조업체가 UHD 관련 제품을 앞다투어 선보였다. 일본 NHK, 독일 스카이(SKY), 미국 디렉TV, 넷플릭스(Netflix), 프랑스 카날 플러스(Canal Plus), 스페인 아베르티스(Abertis Telecom) 등 각국 지상파·케이블·위성 방송과 뉴미디어 기업이 UHD 서비스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영상 콘텐츠 제작사에 UHD 콘텐츠는 당면 과제인 것이다.
UHD 논의가 가전기업에 의해 주도된 것이든, 방송사에 의해 주도된 것이든, 정부기관에 의한 것이든, 연구기관에 의한 것이든 관계없다. 이미 플랫폼과 네트워크·디바이스의 UHD를 향한 움직임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UHD 관계자 대부분도 입을 모아 “관건은 콘텐츠”라고 말한다. 콘텐츠 제작업체는 UHD 콘텐츠를 제작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아니라 얼마나, 어떻게, 잘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스포츠중계와 관련된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고해상도 영상의 최대 수혜 분야 가운데 하나인 다큐멘터리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시청자 혹은 소비자는 이제 극장용으로 제작되었던 영화를 거실에 앉아서 비슷한 화질로 감상하고 해외의 유명 오페라, 뮤지컬, 콘서트를 초고화질과 음질로 안방에서 즐길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인지 실사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영상, CG와 실사 합성이 더 이상 어색함을 느끼게 하지 않는 영상은 시청자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다. 어쩌면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을 TV에서 떼어 놓기가 더욱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UHD로 제작되는 영상은 물론이고 기존 HD 영상에서 변환된 UHD 콘텐츠는 시청자에게 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아직은 여전히 TV 가격이 비싸고 방송사나 통신사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지만, 가전업체나 방송 관련업체가 문을 닫고 놀지 않는 한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이를 해결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을 수 있다. 즉 콘텐츠 제작기업은 변화하고 있는 매체에 빨리 적응하고, 한 발 앞서 준비하고 있어야 세계 시장의 흐름 속에서 주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면에서 매체 변화는 국내 콘텐츠 제작기업에는 세계무대를 향한 더 없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 IT 환경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CG·VFX 기술력은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겨루기에 충분하다. 분야를 다양화하고 지역을 확대하면서 성장을 지속하는 한류는 초고화질의 세계에 태극기를 먼저 꽂을 수 있는 기회의 바탕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이제 진정한 창조의 힘이 필요한 때다.
이는 콘텐츠 제작업체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가 한몸처럼 협력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정부의 뒷받침이 절실하다. 각 해당 주체는 모두 창조력과 추진력을 발휘하고 완벽한 팀워크를 만들어 갈 때, 데이비드 우드 국제전기통신연합 의장의 말처럼 “UHD TV는 리얼리즘의 측면과 시청자 만족도 면에 있어서 전에 보지 못했던 차원의 신기원을 열 것”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실현될 것이다.
하회진 레드로버 대표 hjha@redrov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