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선진국이 이민법을 개정하는 이유는?…"국경 없는 인재 유치 전쟁"

해외 인재 유치, 이민법 개혁 속도내는 선진국

[이슈분석]선진국이 이민법을 개정하는 이유는?…"국경 없는 인재 유치 전쟁"
[이슈분석]선진국이 이민법을 개정하는 이유는?…"국경 없는 인재 유치 전쟁"

미국을 포함한 유럽·아시아 선진국 정부가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이민법 개혁에 속도를 낸다. 잠재력이 높은 외국인 창업가에 영주권을 주는 비자 발급과 고숙련 외국인 기술자에 합법적 거주 자격을 부여하려는 정책이다. 각국 경제 부흥을 위해 대통령과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 법 손질을 통한 국경 없는 유치전에 한창이다.

제이슨 케니 이민부 장관이 실리콘밸리를 찾아 인재 유치전을 펼쳤다. 장관의 배경 사진은 `미국 비자에 문제가 있다면 캐나다로 오라`는 메시지의 인재 유치 광고판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고속도로에 설치됐다.
제이슨 케니 이민부 장관이 실리콘밸리를 찾아 인재 유치전을 펼쳤다. 장관의 배경 사진은 `미국 비자에 문제가 있다면 캐나다로 오라`는 메시지의 인재 유치 광고판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고속도로에 설치됐다.

◇美 이어 캐나다·영국 이민법 개혁 러시=미국은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이민법 개혁에 한창이다. 미국 상원이 `스타트업 비자(Start Up)` 발급 조항을 포함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지난달 말 통과시켜 이달 중 하원 표결을 앞뒀다.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창업가에 발급하는 비자로 일정 고용과 매출 조건을 부합하면 된다.

의회 조율이 필요하지만 상원이 통과시킨 개정안에는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1만명의 검증된 창업가와 투자자를 위한 `투자 비이민 비자(Invest non-immigrant visa)`가 포함됐다. 최소 5명을 고용하고 2년 이상 미국에 거주하며 50만달러 이상 투자하거나 75만달러 이상 매출을 내면 된다. 고숙련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H-1B 비자 쿼터도 6만5000명에서 11만명으로 늘린다. 석사 학위를 받거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학위자 대상 비자발급 제한도 2만5000개로 확대했다.

미국 양당이 불법 체류자 시민권 부여 등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백악관은 이민법 개혁의 경제적 효과를 내밀며 목소리를 높였다. 백악관은 보고서를 내고 “이민법 개혁안이 통과되면 오는 2023년까지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4%로 오르고 향후 20년간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8500억달러(약 956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애플·구글을 포함한 실리콘밸리 IT기업 경영진도 정치 조직 `FWD.us`을 만들고 외국인 스타트업 비자와 고숙련 노동자 이민 확대를 촉구해왔다.

캐나다와 영국은 실리콘밸리를 겨냥해 최근 이민법 개혁을 시도한 대표적 국가다. 캐나다는 지난 4월 `스타트업 비자` 발급을 시작했다. 고숙련 외국인 창업가를 끌어 모으기 위한 비자 정책이다. 캐나다 벤처캐피털 기업 혹은 벤처그룹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사업이 실패해도 창업가가 추방 당하지 않는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고속도로에 `미국 비자에 문제가 있다면 캐나다로 오세요(H-1B Problems? Pivot to Canada)`란 대형 옥외 광고판도 설치해 이목을 끌었다. 제이슨 케니 이민부 장관이 직접 실리콘밸리를 찾아 IT기업을 방문하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강연하며 “자격만 갖추면 즉시 영주권을 준다”고 인재 유치전을 펼쳤다. 캐나다는 가장 개방적 이민 정책 국가 중 하나로 2010년 이미 해외 출신 인구가 21%를 넘어섰다.

영국은 잠재성이 높은 창업가를 유치하기 위한 비자 제도를 2년 전 개혁했다. 3년 내 2개 이상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들고 10명 이상을 고용하거나 790만달러 매출을 내면 영주권을 부여한다.

◇일본·프랑스도 내년 입법화=프랑스는 올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주도로 이민법 개혁의 속도를 높인다. 올랑드 대통령은 최근 “실리콘밸리 창업가의 절반이 이민자”라며 “새 `창업가 비자`를 만들고 해외 창업가들이 프랑스에서 혁신적 스타트업을 설립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강도 세제 지원을 꾀하고 고숙련 기술자와 창업가를 위한 새 비자 정책을 만들고 있으며 내년 입법화한다. 이달 올랑드 대통령은 직접 레노버 창업가 등 40여명의 중국 창업가들을 초청해 홍보전을 펼쳤다.

보수적 이민정책을 유지하던 일본은 이달 우수 인력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전제 조건으로서 5년 체류 기간을 3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 가을 도입 여부를 결정해 내년 국회에 상정한다. `고도 인재 포인트 제도(points-based system)`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다.

기존에는 10년을 거주해야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학력을 갖추거나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이들의 조건 기한을 `점수`에 따라 5년으로 줄여준 우수 인재 유치 제도로 지난해 5월 도입했다. 전문가나 교수, 의사와 기업 실무자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지난 1년간 이 제도로 일본 영주권을 받은 외국인은 430명을 웃돈다.

독일도 지난해부터 이와 유사하게 IT 고숙련 노동자에게 거주를 허락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국 대학 졸업생들에게는 6개월의 `구직` 비자도 주어진다. 중국은 2011년 외국인 전문가와 과학자를 유치하는 `수천외국인전문가 프로그램(Thousand Foreign Experts program)` 운영을 시작했다. 최소 3년간 머물러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이 제도가 향후 10년간 약 500~1000명의 고기술 노동자를 끌어 모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호주는 지난해 5월 외국인 출신 창업가를 위한 비자 프로그램을 개혁했다. 고숙련 이민자와 배우자에게 시골에 거주할 수 있는 영주권을 줬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초 창업가·투자자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약 10만 달러 투자를 일으켜야 하지만 고용과 퇴출 조건은 없다.

칠레는 2010년 `스타트업 칠레`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조건 없는 4만 달러(약 4500만원) 자금을 지원해 준다. 사무실 공간과 임시 비자를 발급해준다. 6개월간 일하며 머물러야 하며 이 프로그램은 첫해 200여개 이상 기업을 유치했다.

올해 이민법 개정 추진 주요 국가 및 내용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