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통신비 정말 높을까?

우리나라 가계통신비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는 통계가 나왔다. `OECD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가계통신비 부문 2위를 차지한데 이어 올해도 3위를 기록했다.

정부와 통신업계가 강력하게 통신료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최상위권에 머무른 셈이다.

우리나라 통신비는 정말 비싼 것일까? 겉으로 드러난 통계를 구성한 실제 요건들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메릴린치가 작년 3분기 발표한 보고서 `글로벌 무선 메트릭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성통화량은 해외 평균 대비 131%, 데이터통화량은 458% 많다. 음성 사용량은 미국(398%, 1위)보다 한 단계 아래이고, 데이터 사용량은 일본(527%, 1위) 보다 조금 적은 수준이다.

일본과 미국은 이번 OECD 가계통신비 조사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가계통신비 최상위권 국가의 공통 특징은 절대 사용량이 많다는 것이다.

가계통신비 항목에 단말 구입비용이 포함됐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스트레티지애널리스틱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7.6%로 세계 평균(14.8%)의 4.6배에 달한다.

단말 교체 시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고가 스마트폰 구입에 따른 단말대금과 데이터사용량 상승이 가계통신비를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KTOA가 6년간 KT 전체 가입회선 대상 총 청구금액 기준을 분석한 결과 2007년 전체 청구금액의 11%에 불과하던 단말구매 비중은 2012년 34%까지 늘었다.

OECD 역시 보고서에서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무선인터넷 보급률이 굉장히 높다”며 “특히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1.2GB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이번 OECD 조사 항목 중 사용량에 따라 이동통신요금 순위를 매기는 `구간별 요금순위`에서 중위권 수준인 5~16위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실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그다지 높은 요금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통신업계는 이번 조사로 또 다시 요금인하 압박이 진행될까 우려했다. 지난 정부에서도 가계통신비가 높다는 지적이 이어져 결국 `기본료 1000원 이하`라는 실효성 없는 정책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통신사 EBITDA마진(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은 2012년 기준 29%로 OECD 국가 중 28개국 중 25위에 해당하는 최하위 수준이다. 영업으로 인한 현금창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게다가 최근 1~2년 사이 LTE, LTE-어드밴스트(A) 등에 8조원이 넘는 신규투자가 이루어지면 재무가 약화된 상태다. 통신3사 APRU도 2008년 3만2300원에서 2012년 3만700원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김형곤 KTOA 조사연구실장은 “OECD 보고서 본질은 우리나라 통신요금이 사용량에 비해 비싸지 않다는 것”이라며 “인위적인 통신요금 인하는 통신사 재무구조를 약하게 하고 소비자 비용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요금 인하보다 알뜰폰, 맞춤형 요금제 활성화 등으로 시장 건전성 유도해야한다는 것이다.

주요국가 음성/데이터 통화량 비교 출처: 메릴린치, 시스코

우리나라 통신비 정말 높을까?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