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인터넷 회선 무제한 공유, 회선당 단말기 무료 제공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벤처기업과 소호(SOHO)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을 적극 독려하면서 벤처 시장이 확대되고 잠재 고객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대·중견기업이나 기존 중소기업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벤처 가입자 유치경쟁은 더욱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유선통신사업자들은 소규모 기업 가입자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한 빌딩 전체에 한 사업자의 통신회선을 설치하는 대기업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기업 고객을 늘리기 위해 신규 벤처와 소상공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체 상태인 일반·대기업 유선 시장과는 달리 벤처·SOHO·소상공인을 포함한 SMB 시장 규모는 지난해 이맘 때 비해 10%가 넘게 성장하며 전체 유선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경쟁상품은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다. 통신사들은 이 두 상품을 묶어 타사 번호이동 가입자나 신규 가입자에 파격적인 할인 가격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 6회선을 묶어 대폭 할인된 기본료 3만원대 가격에 제공하는 식이다.
정해진 가격이 없다는 것도 일반 소비자 시장과 다른 특징이다. 대부분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기본료와 단가를 가입 기업과 직접 협상해 결정한다. 가산디지털단지에 새로 사무실을 마련한 한 모바일 벤처기업 사장은 “사무실을 개소하자마자 통신 3사 영업사원이 잇따라 방문했다”며 “경쟁사보다 무조건 낮은 가격으로 해주겠다고 제시했다”고 말했다.
여기다 초고속인터넷에 △PC 다중회선 무제한 공유 △인터넷전화 단말기 무료제공 △내선전화·지점 간 무료통화 등 추가 할인도 대부분 함께 제공한다. 다중회선 무제한 공유는 하나의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여러 PC가 공유해도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 서비스다. 초고속인터넷 연결 PC를 늘릴 수록 기본료가 높아졌던 기존 방식과 차별된다. 통신사 관계자는 “가입자당 평균 매출은 낮더라도 많은 수를 확보하기 위한 박리다매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SMB 가입자를 위한 부가 서비스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상권분석·장부관리시스템 등은 기본이고 세무정보나 각종 경영지원 솔루션, 온라인 결제 시스템 등을 자사 가입자에 대부분 무료나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 일반 소비자와 달리 기업고객에 대해선 24시간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통신사도 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