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교통카드, 두동강…정부부처 복마전 `서민만 신음`

두 동강 난 교통카드

전국 카드 보급수 8500만장, 서울시 교통카드 점유율 90%. 누구나 지갑 속에 한 장은 보유한 티머니의 위상이다. 한국스마트카드가 발행하는 티머니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복마전 양상으로 감정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티머니뿐만 아니라 이비카드·마이비 등 교통카드 상권을 움켜쥔 선두 사업자 간 이권 다툼도 이전투구 형식으로 난타전을 벌인다. 사업자와 정부부처가 편을 갈라 교통카드 정산 시스템 헤게모니를 가져가기 위해 서민은 뒷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분석]교통카드, 두동강…정부부처 복마전 `서민만 신음`

[이슈분석]교통카드, 두동강…정부부처 복마전 `서민만 신음`
[이슈분석]교통카드, 두동강…정부부처 복마전 `서민만 신음`

◇서울시-국토교통부, 치고받고 난타전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지갑 속 한 장의 카드로 전국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전국 지자체 `원카드, 올패스`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부산·대구·인천·광주 등 7개 광역시 등과 협약을 체결하고 한 장의 카드로 모든 권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대형 프로젝트다. 하반기에는 이를 버스, 지하철뿐만 아니라, 철도, 고속도로와 유통부문에까지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업에 대해 교통서비스 향상과 지역, 부문 간 호환을 실현하는 공공재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사업에 서울시가 정면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호환 사업에서 빠지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가 뒤늦게 전국 표준화라는 명목으로 이미 보급된 교통카드의 사용을 제한한다며 반발했다. 서울시가 국가 표준에 따라 발행한 교통카드를 전국 교통카드로 인정하지 않고 새롭게 지정한 카드 규격만을 전국호환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강제했다는 것이다.

이 말대로라면 서울시가 1대 주주로 있는 한국스마트카드의 티머니는 사실상 전국 호환카드로 사용할 수 없다. 신규 호환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며, 이를 두고 서울시는 혈세 낭비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국토교통부는 서울시가 특정 기업인 한국스마트카드를 비호하고 민간 기술을 전국 호환 기술로 인정해 달라고 억지를 부린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진행하는 전국 단위의 공공재 사업에 특정 민간 기술을 표준화할 경우, 다른 교통사업자들은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에 기술 사용료를 내야하며, 모든 교통 정보를 서울시 산하의 한국스마트카드라는 민간회사가 모두 가져가고 조종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부처 간 앙금, 진짜 이유는

표면적으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전국 교통카드 호환사업에 대해 `혈세낭비` 또는 특정 기업 몰아주기라는 나름대로의 논리와 명분으로 맞서고 있다. 이면에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간 오랜 앙금이 이번 사업을 계기로 터졌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대립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MB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는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신교통카드시스템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종이승차권, 회수권 등 징수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수도권 지역의 환승 시스템, 중앙차로제 등 국내 최초의 교통 인프라 투자가 이어졌다. 서비스 사업자로 LG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사업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만큼 서울시와 LG컨소시엄은 지분을 참여해 서울 교통카드 주식회사를 설립한다. 서울시가 약 35%의 지분으로 1대 주주이며, LG CNS가 약 32%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가 된다. 이 후신이 바로 한국스마트카드다.

이후 8년간 한국스마트카드는 서울시 대중교통의 모든 거래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할하는 힘을 지니게 된다. 이러다보니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코레일의 정산 권리까지 한국스마트카드가 보유하는 이상한 구조가 됐다. 경의선 등 근교지역의 철도와 사당~오이도, 서울역~동대문 등 구간 운임을 담당하는 코레일의 정산권까지 한국스마트가 통합으로 처리한다. 운임은 코레일이 하고, 수수료 정산과 배분을 서울시에서 하는 셈이다.

이때부터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정산권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국토교통부는 왜 우리가 관여하는 부처까지 직접 운임한 교통 데이터를 한국스마트카드라는 일개 민간회사를 거쳐 받아야 하는지 발끈했다. 투명한 정산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서울시를 압박했다. 심지어 국토교통부 산하 코레일은 서울시가 뒤에서 돈을 `갈취`해 간다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코레일은 2011년 말 한국스마트카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정산체계를 구축하는 이른바 `글로리 사업`을 선언, 삼성SDS 컨소시엄을 따로 구성했다. 이 사업 또한 현재까지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결국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감정싸움은 통합 정산 시스템을 둘러싼 여러 이권과 정부부처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고, 전국호환 교통카드 사업에서 두 부처의 앙금이 폭발해 이 사단이 났다.

올해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는 별개로 신교통카드시스템 2단계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공항버스와 택시카드시스템 구축, 수도권 모든 지역의 환승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상당부분 국토교통부와 겹치거나 중복되는 부분이다. 규격도 자체 독자 표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모바일 교통카드 기능을 개선하고, 서비스 제공 장소도 확대하겠다고 선전포고 했다. 국토교통부도 서울시를 배제하고서라도 지방자치단체와 전국 호환 카드 사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어서, 애꿎은 서민들만 교통카드를 따로따로 구입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곧 벌어질 태세다.


[표] 서울시 제 2기 교통카드사업 추진 안 자료-서울시

(단위 : 백만원)

[표] 국토해양부 전국 호환 교통카드 정의 및 기존 교통카드 비교 자료-국토교통부

기존 교통카드와 전국호환 교통카드의 비교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