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준정부기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국내 지식재산(IP) 전문기업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이하 ID)에 100억원을 투자, 공동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정부가 국내 IP 보호·육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한편으로는 향후 국제 특허분쟁 시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산업부와 IP업계에 따르면 KIAT는 최근 ID 신주 200만주를 100억원에 제3자배정방식으로 인수하기로 하고 이날 대금 납입절차를 마무리했다. KIAT는 ID에 기 투자한 삼성 계열사와 동일한 지분율 18%로 공동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한다.
ID는 IP를 활용한 창의자본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0년 7월 설립된 국내 첫 IP 전문기업이다. 옛 지식경제부가 설립을 지원하고 삼성전자, 포스코,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공동 출자했다.
ID는 2011~2012년 2년간 KIAT 창의자본 기반조성사업 등 정부 보조금 약 447억원을 지원받았다.
산업부가 사업예산이 아닌 산하기관 출자 형태로 ID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부는 올해 ID에 지원 예정이었던 사업예산 280억원 가운데 100억원을 직접 투자 형태로 돌려 KIAT 지분 취득을 지원했다.
지분 인수는 지난해 국회 등에서 지적된 ID에 대한 조정 권한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다. 정부가 민간 IP기업에 수백억원 규모 사업비를 지원하지만 해당 기업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지분 인수로 이 같은 문제는 해결됐지만 또다른 분쟁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KIAT는 산업부 산하 41개 공공기관 중 정부 정책·사업을 수탁 대행하는 준정부기관이다. KIAT가 ID 1대 주주가 되면 사실상 정부가 ID 지배구조에 참여하는 셈이 된다.
IP 전문가들은 향후 관련 분쟁 시 해외 기업이나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우리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KIAT가 준정부기관인 만큼 민간 국제 무역에 대한 정부 개입이 위법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IP업계 관계자는 “NPE가 특허 침해 소송을 진행할 때 ID 지분에 정부 자금이 투입된 것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정거래 위반으로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민간 기업 분쟁에 정부가 개입한 형태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추후 ID가 보유 특허 풀을 활용해 해외를 공격할 때 더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ID는 특허 보험형태의 방어적 풀 비즈니스모델만 채택하고 있다.
산업부는 내부 검토 결과 문제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KIAT는 주주일뿐 이사회 등 실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만 등 해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분쟁 소지와 별도로 ID 사업 조기 활성화는 과제로 꼽혔다. ID는 2011년과 2012년 각각 63억원, 79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IP사업 특성상 초기 특허권 확보에 일정 기간이 필요한 탓이다.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기존 경영진 임기 만료로 이달 중 회사 최고경영진이 교체된다. 강순곤 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안미정 산업부 R&D전략기획단 신산업 MD가 부사장으로 취임 예정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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