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기업, 앞다퉈 이스라엘 스타트업 인수

미국 IT 업계 거인들이 경쟁적으로 이스라엘 스타트업 인수를 추진한다.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에서 개발된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높은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해외 투자를 확대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17일 PC월드 등 미국 주요 매체에 따르면 인텔은 자사가 개발 중인 TV 셋톱박스 기능 강화를 위해 이스라엘 동작인식기술 스타트업 오메크인터랙티브를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은 5000만달러(56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인텔은 손짓을 비롯한 각종 동작으로 TV를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구글이 소셜 내비게이션 개발업체 웨이즈를 무려 10억달러(1조1200억원)에 인수했다. 직원 100명에 불과한 중소기업 인수를 위해 페이스북과 구글이 1조원 이상의 머니게임을 벌였다.

미국 IT 기업의 이스라엘 스타트업 인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이 인수가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이며 웨이즈처럼 조 단위 빅딜도 생겨났다. 시스코는 지난 2월 이스라엘 무선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업체 인투셀을 4억7500만달러(5315억원)에 샀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한 페이스닷컴을, 애플은 플래시 메모리 전문 업체 아노비트를 매입했다. 애플은 3D 영상분석 원천기술을 확보한 프라임센스도 인수할 계획이다.

미국 IT 기업이 이스라엘 스타트업 인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그만큼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기업은 나스닥에만 66개가 상장됐고 정보기술과 생체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USB를 개발한 도브모란, 글로벌 통신사에 빌링솔루션을 제공하는 암독스, 방화벽 업체 체크포인트도 이스라엘 기업이다.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연구개발(R&D) 투자 1위, 인구 1만명 당 기술인력 수 1위를 자랑하는 대표적 기술강소국이다. `나라 전체가 벤처`로 불릴 만큼 일찍부터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했다. 양질의 인적자원 양성에 꾸준히 투자했고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창업 생태계를 구성했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통신장비 위주에서 모바일과 인터넷을 주력 분야로 삼아 창업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구글의 웨이즈 인수가 인터넷 붐 확산을 부채질했다. 과거와 달리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하고 투자자를 끌어 모은다.

미국 IT기업의 이스라엘 스타트업 인수가 35%에 이르는 높은 `송금세(repatriation tax)`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기업은 해외에서 거둔 수익을 본국으로 들여올 때 35%를 법인세로 내야 한다.

수년 전부터 구글과 인텔, 마이크론 같은 기업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스웨덴, 독일, 스위스 유명 IT기업을 인수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5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해외에 쌓아둔 현금을 미국으로 가져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에 쓸 수 있도록 세금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IT기업의 대표적 이스라엘 스타트업 인수 사례

자료:외신 종합

美 IT기업, 앞다퉈 이스라엘 스타트업 인수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