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살아있고 다이내믹한 것입니다. 창조경제를 말할 때, 중소벤처기업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대기업도 창조경제 주요 원동력입니다. 모두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성장한 것이죠. 경제 정책을 추진할 때 대기업을 너무 규제하면 안 됩니다. 그러나 대기업은 성장하면서 국민에게 빚을 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창조경제 최종 목표는 신산업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대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대기업은 이제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뒀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나라 크기도 작고 인구도 적은 편이다. 성장한 대기업이 활동하기에는 좁다.
강 총장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면 현지 고용, 연구개발(R&D) 규제 등을 따라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창출하는 것이 이전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중소·벤처기업이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기업에는 어떤 역할을 기대해야 할까. `사회적 책임(CSR)`이 강 총장이 내린 답이다. 중소·벤처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정부보다는 대기업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강 총장은 “중소기업이 안 되면 대기업도 안 된다는 인식을 갖춰야 한다”며 “서로 협력해서 시장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인재다. 중소·벤처를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젊은 인재들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선호한다. 청년은 일자리가 없어 구직난에 허덕이고 중소·벤처는 사람이 없어 운영이 힘들다. 복리후생 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강 총장은 “중소기업 육성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직까지 형편이 안되더라도 육성 중점을 보수나 복지에 둔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창조경제는 기업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젊은 사람도 중소·벤처 육성에 동참해야 합니다.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지 않으면 결혼도 하기 힘들다는 분위기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같이 회사를 키워 나가서 성장하는 데 보람을 느끼는 것. 이런 창조 정신이 존중받아야 창조경제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인재는 좋은 직장을 찾는다. 좀 더 높은 연봉을 주면 쉽게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과학기술과 ICT에 초점을 둔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꾸준함`도 필요하다는 것이 강 총장의 생각이다. 그는 “인재 유동성이 크면 기술 축적이 어렵고 기업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개인도 숙련되지 못하고 기업도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재, 중소·벤처, 대기업이 잘 어울려져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가 우선돼야 한다. 시장 구성원이 모두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강 총장이 바라보는 창조경제 시대를 개막하는 방법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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