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녹색성장 이렇게 버리면 창조경제도 같은 꼴

온통 창조경제다. 이메일로 들어오는 세미나나 포럼 초청장에는 예외 없이 창조경제라는 말이 들어있다. 정책이나 연구보고서 역시 창조경제 없이는 예산을 배정받기 어렵다. 창조경제 홍수라는 말이 실감난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이명박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5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녹색성장이라는 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히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의도적으로 녹색 지우기에 나섰다고도 한다. 녹색성장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위상이 낮아졌고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얼굴 역할을 하는 홈페이지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전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다.

녹색성장은 기후변화 위기에서 출발했다.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자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자원개발·원자력수출·스마트그리드 정책에 드라이브를 건 것도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고 새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함이었다.

4대강 사업 등으로 비판을 받긴 했지만 녹색성장 정책만큼은 해외에서도 인정했다. 선진국에서나 다루던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대한민국을 녹색성장 선도국으로 끌어올렸다. 우리가 주도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후기금(GCF)이 국제기구로 자리 잡았고 GCF 본부는 인천이 유치하기도 했다. 지난 정부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개점휴업 상태다. 스마트그리드 사업 역시 지지부진하다. 신재생에너지보급사업도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지난 정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풍경이다.

이명박정부가 강조한 녹색성장과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공통점이 있다. 집권 5년만 반짝해서는 완성할 수 없는 큰 그림이다. 백년 이상을 내다보고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최우선 정책은 될 수 없겠지만 주요 정책의 하나로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와 에너지·자원정책은 국가가 지속하는 한 챙겨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정권 바뀌었다고 장롱 속에 처박아 둘 정도로 가벼운 정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