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13>스마트 무버 생태계 ②실패를 재도전으로 이끄는 출구전략

성공한 자를 위한 출구전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실패한 벤처에게 제공할 출구전략이다. 실패 출구전략을 마련하려면 다음의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실패한 벤처에 낭비되는 벤처 생태계 자원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둘째는 비록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도록 실패의 충격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빠른 퇴출에 그 해답이 있다.

실패한 벤처는 가능한 빨리 퇴출돼야 생태계에서 그들에게 낭비되는 자원을 아낄 수 있다. 우리 벤처 생태계에는 실질적으로 실패에 머물러 거의 식물 상태지만 정부의 눈먼 지원 덕택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한 채 실패가 표면화되지 않은 벤처가 부지기수다. 새로운 시작과 도전에 쓰여야 할 자원이 퇴출돼야 할 존재의 연명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기술신보나 정책자금 등이 지원된 벤처들의 경영과 생존 통계를 살펴보면 이런 정황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시장에 맡겨서 살아야 할 벤처는 살고 죽어야 할 벤처는 죽는 모양이 돼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직접 나서는 바람에 정부의 지원이 관행, 연줄, 민원 등과 얽혀 죽어야 할 벤처를 연명시키고 살아야 할 벤처를 도외시 하는 현상을 낳고 있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정부의 `벤처 지원 일몰제`도 생각해 봄직하다. 퇴출될 것이 빨리 퇴출되면 일어설 것이 더 잘 일어서는 법이다. 이것이 실패에 따른 출구전략의 기본이다.

다음으로 실패를 산뜻하고 가볍게 겪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이 벤처에 자금을 융자할 때 과도한 담보를 요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융자금에 상응하는 적절한 크기 이상의 담보를 요구하지 못하게 되면 은행은 자연히 대상 벤처의 기업 가치를 따져서 융자하게 될 것이다. 연대보증 완화도 이와 유사한 효과를 갖는다. 지금처럼 과도한 담보를 요구하는 관행이 지속된다면 은행은 기업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담보에 투자하는 꼴이 되고, 그 과도한 담보는 실패하는 사람을 더 깊은 실패의 수렁에 빠져들 게 만든다. 때문에 산뜻하고 가벼운 실패가 어려워지고 지저분하고 무거운 실패만 존재하게 되며, 실패를 값진 경험 삼아 새로운 성공에 재도전하기보다는 한번 실패하고는 영영 그 굴레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는 창업자의 정신 자세도 한 몫 한다. 자신이 잘 났음을 남에게 보이고 싶은 헛된 자존심,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에 맞추지 않는 고집, 한 건으로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욕심 등을 빨리 버려야 한다. 산뜻하고 가벼운 실패는 자신의 부족함을 빨리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능동적 자세에서 얻어진다. 그렇지 못한 창업자는 자신이 틀렸을 리 없다고 생각하고, 세상이 아직 눈을 뜨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주위의 온갖 자금을 다 끌어 쓰고는 과도한 담보에 연대보증까지 덮어 써 한번 실패하면 가족, 친지, 주위사람이 온통 수렁에 빠지는 형편을 만든다. 그렇게 되면 그간 체득한 좋은 경험을 다른 곳에 써 볼 기회마저도 놓치게 된다.

생태계에 의한 수동적인 빠른 퇴출과 자기 자신에 의한 능동적인 빠른 퇴출 모두가 실패에 따른 출구전략의 기본이다. 빠른 퇴출이 이뤄지면 생태계의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실패에 대한 부담이 산뜻하고 가벼워지고, 값진 경험을 살린 재도전이 쉬워져서, 생태계 전체적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초빙교수 dwight@snu.ac.kr

[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13>스마트 무버 생태계 ②실패를 재도전으로 이끄는 출구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