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글로벌화를 통한 5G 기술 선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누리고 있는 스마트폰 성공의 시작이 궁금하면, 세계 최초로 전국 서비스 개시를 가능케 한 20년 전 CDMA 방식의 2세대(2G)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 개발을 떠올려야 한다.

[ET단상]글로벌화를 통한 5G 기술 선도

당시 황무지와 다름없던 국내 이동통신 환경에서 우리나라를 세계를 주도하는 이동통신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정부와 기업이 보여준 새로운 기술 선택과 개발 추진력, 그리고 숱한 연구원이 흘린 땀의 결실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국내 이동통신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음성통신 위주 아날로그 시스템이었던 AMPS의 공급으로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디지털 이동통신으로 변환을 추진,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CDMA 연구개발 역할을 부여했다.

CDMA 방식 선정은 당시 상용화가 되지 않아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았던, 경제적으로는 무모함에 가까운 선택이었지만 기술력 확보에서는 최상의 선택으로 판단된다. 오늘날 모토로라·노키아 등 열강의 무수한 단말 생산업체를 제치고 국내 기업이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게 된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어 우리나라는 여세를 몰아 3세대(3G) WCDMA 방식 표준안에 우리 기술진이 개발한 기술을 제안, 특허 2개를 포함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덕분에 현재까지 많은 특허료 수입을 거두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창조적 도전을 계승해 우리나라가 향후 5세대(이하 5G) 이동통신 시스템 개발주도권을 확보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5G 포럼이 출범했다.

폭발적 스마트폰 수요와 더불어 요구되는 통신 용량 확보를 위해 주파수 할당, 고효율의 신기술 개발, 이의 활용 방안 마련 등을 위해 5G 분야 개발이 필요한 시점에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5G 포럼의 출범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5G에 관한 연구는 아직은 초기 단계로, 시스템 비전과 서비스를 정의해야 하고 공동 주파수 대역 검토, 그리고 시스템의 성능 기준의 목표도 설정해야 한다. 우리는 미래에 대비한 긴 여정의 첫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5G포럼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방중 기간 미래창조과학부와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양국 정부의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5G 추진기관인 `IMT2020 프로모션 그룹`과 우리나라의 5G 포럼이 공동 연구 및 국제 표준 공동 기여 등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통신 기술과 산업 활성화는 글로벌 시장 및 글로벌 표준화에 기반을 두고 이뤄져왔다.

일본의 예를 보면, 자국 산업과 시장 보호를 위해 고립을 스스로 자초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 왔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아프리카 격언이 있다.

미래 이동통신 주역 국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중국, 유럽, 미국 등과 글로벌 협력을 통한 국제 표준에 참여하고, 우리 기술을 표준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독자적인 우수한 기술력을 지니고 세계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진 기술의 전례에서 볼 수 있듯, 기술의 글로벌화는 매우 중요하다.

창조적 사회·경제 발전을 추진해야 하기 위해서는 국내 산·학·연·관의 적극적 참여와 투자뿐만 아니라, 혁신적 이동통신 기술 개발과 활발한 글로벌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이동통신 분야의 선도국(First Mover) 역할을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한영남 KAIST 교수(5G 포럼 운영위원장) ynha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