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웨어 업체 A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SW) 구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발표에 큰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상반기가 지난 지금까지 구매 입찰에는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관심 있는 사업이 대부분 구매가 아닌 개발용역 발주였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상용 제품 구매는 고려하지 않고 개발용역 발주에 나서는 공공기관이 여전히 많다”며 “국내에 스타급 SW 기업·제품이 탄생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공기관의 SW 구매가 저조해 관련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종합전자조달(나라장터)에 등록된 SW 구매 발주건수는 지난해 상반기(약 160건)보다 50건가량 줄었다. 올해 SW 구매가 작년 대비 4.4% 늘어나고 구매의 65%는 상반기에 몰릴 것이라는 정부 예측이 무색해진 셈이다.
정부는 `2013년 공공부문 SW사업(확정) 수요예보 결과`에서 올해 공공기관 SW 구매가 지난해보다 96억원 많은 227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시기별로는 1분기 33.7%, 2분기 30.7% 구매가 이뤄져 상반기에 사업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SW 개발용역은 지난해 1조원에서 올해 83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의 수요예보가 어긋난 것으로 평가했다. 새로운 정부부처의 지각 출범으로 공공정보화사업 발주 자체가 적었고, 구매보다 개발용역을 선호하는 공공기관이 아직 많아 상반기 SW 구매가 크게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공공기관은 예산 절감을 이유로 구매보다 개발용역을 선호한다. 공공정보화사업을 SW 구매, 하드웨어(HW) 구매, SW 구축으로 구분했을 때 SW 구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시스템 운영·유지보수와 SW 개발용역이다.
개발용역으로 제작된 SW는 보통 발주 기관에서만 사용해 파급 효과가 떨어진다. 개발 제품의 소유권도 보통 발주 기관이 가져가기 때문에 SW기업 역량 제고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여기에 부합하는 제품 구매를 늘려야 SW 품질과 국내 기업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공공과 대기업이 개발용역 대신 개별 SW를 구매하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제값에 SW를 많이 구매해야 우리 기업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면 자연스럽게 SW산업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SW 구매 예측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