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케팅의 미래]<10>불황을 돌파하는 비밀병기 `스토리텔링 마케팅`

이호열 문화마케팅연구소 공장장 culturemkt@culturemkt.com

TV 혹은 서점에서도 `힐링`이 넘쳐난다. 경기 불황 탓도 있겠지만 확실히 현대인은 위로받고 싶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한 자양강장제 TV 광고를 떠올려 보자.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 백수는 직장인이 받는 스트레스마저 부러워하고, 바짝 얼어 있는 신병은 방바닥에 누워 뒹구는 백수를 부러워하고,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차라리 속 편한 군인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피. `세상 사는 게 피로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문화 마케팅의 미래]<10>불황을 돌파하는 비밀병기 `스토리텔링 마케팅`

이 광고는 위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소비자에게 큰 공감을 얻어냈다. 만약 광고가 같은 카피를 내걸고 해당 제품이 피로회복에 얼마나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는지를 설명하려 했다면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을까.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피로감만 가중시키지 않았을까.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성공한다고 한다. 심적으로 위축된 소비자들은 어디서든 감동과 위로를 받고 싶어 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핵심에는 늘 이야기가 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예고된 저성장시대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자양 강장제뿐만 아니다. 이제 광고에서 제품의 성능이나 스펙을 나열하는 일은 드물다. 대신 이 제품을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성능이나 스펙을 강조하기에 가장 좋은 상품 중 하나인 자동차는 최근 이야기를 싣고 달리고 있다.

2011년 아이디어의 경연장이 불리는 슈퍼볼 광고시장에서 최고 인기투표 1위의 자리는 폭스바겐 파사트 광고가 차지했다. 1분 남짓한 이 광고에서 해당 상품이 노출되는 시간은 매우 짧은데다 실내 모습은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대신 이 광고에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복장을 한 꼬마가 등장한다. 꼬마의 아버지는 `포스`를 얻기 원하는 아들을 위해 깜짝쇼를 선사한다. 마치 꼬마의 초능력으로 시동이 걸린 것처럼 원격 시동 버튼을 누른 것이다. 자신의 능력에 깜짝 놀라는 꼬마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광고다.

광고는 그해 유튜브에서 자동차 관련 영상 부문 조회 수 1위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잔잔한 감동 속에서 리모컨 원격 시동 기능을 첨단 기술이 아닌 이야기 일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진행한 `Live Brilliant` 캠페인에도 아이들이 등장한다. 이 광고는 폭스바겐 광고처럼 드라마적인 요소로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소비자가 각자의 드라마를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가령 험난한 길을 달릴 때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은 놀이기구라도 탄 것처럼 즐거워한다. 다른 아이는 한밤중 차 속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의 황홀경을 넋을 잃는다. 즐겁거나 감동적인 순간에 자동차가 곁에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함으로 인해 소비자 각자의 드라마를 추억하거나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 전성시대라는 표현보다는 이야기 없이 마케팅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야기는 그 자체의 독창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독창성이 얼마나 잘 표현될 수 있는가는 전달 매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지면과 TV 광고 예를 많이 들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광고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창작자의 개념 자체가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더욱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먹는 샘물 에비앙이 이야기를 앞세워 없던 시장을 만들어낸 것처럼 모바일 시대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낼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매일매일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한 이유는 이러한 궁금증 때문이 아닐까?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