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제품은 애프터서비스(AS)가 좋다. 세탁기나 냉장고에 문제가 생겨 전화로 AS를 신청하면 불과 반나절 만에 전담인력이 찾아와 친절한 설명과 함께 조치를 해준다. 예의바른 직원은 가전제품 주변 먼지까지 정리한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 조치에 만족했느냐는 확인 전화도 어김없이 걸려온다.
삼성전자·LG전자 제품의 선호도가 크게 높아진 데는 이 AS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 삼성·LG 제품은 성능 면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20여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소비자는 국산 제품보다는 소니·필립스 제품에 더 열광했다. 여기에 수입선 다변화 조치까지 내려지면서 외산가전에 내수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때 외산 가전과 맞설 대표선수로 나선 것이 우리 기업들의 AS였다. 비교우위를 점했다. 좋은 입소문이 나다보니 소비자들은 국내 제품을 우선 구매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자국 가전에 충성도가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됐다.
삼성전자는 최고 AS망을 갖춘 대표기업으로 꼽힌다. AS가 좋은 이 회사 주변이 요즘 시끄럽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서비스라는 AS전담 자회사를 두고 하부에 다시 110여개 도급업체를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파견·위장도급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조사는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물론 유사한 AS망을 가동하는 기업 대다수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불공정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어설픈 면죄부는 불신을 키운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최근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재계 군기잡기`나 `대기업 양보` 논리가 확대되는 것도 분명히 경계할 부분이다.
원칙에 기반한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이번 조사를 국내 AS체계 전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전자산업부 차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