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상품을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시대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취급하기에 여전히 까다로운 상품이 있다. 식품류가 대표적이다. 보험과 같은 무형의 각종 서비스 상품도 쉽지 않다. 보석과 귀금속처럼 값비싼 상품도 부담스럽다. 의료기기도 전자상거래 업체가 꺼려하는 상품의 하나다. 유통채널도 복잡할 뿐 더러 제조업체 입김이 강해 온라인의 강점인 유연한 가격 정책이 힘들기 때문이다.
신재호 오픈메디칼 대표(50)는 의료기기 분야의 신유통 채널을 개척한 주역이다. 2011년 늦깎이로 의료기기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지만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1년 만에 랭키닷컴이 선정하는 생활의료기기 부문 인터넷 순위 1위에 올랐다. 오픈메디칼에 올라와 있는 상품 수 만해도 1만3000개에 달한다. 온라인 의료기기 사이트 가운데 가장 많은 상품 데이터베이스다. 최근 `류현진 목걸이`로 유명한 로박엠 목걸이를 선보여 온라인 히트 상품의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신 대표는 “인터넷 비즈니스도 결국 기본에 충실한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사업하면 흔히 가격을 떠올립니다. 쇼핑몰을 찾는 대부분 소비자는 편리함과 함께 싼 가격 때문에 방문합니다. 그러나 의료기기는 좀 다릅니다. 가격 정책이 엄격합니다. 오프라인 매장과 차이가 없습니다. 온라인에서 가격이 무너지면 시장질서가 흐려진다는 판단에서 까다롭게 가격을 관리합니다. 대신에 수익률이 높습니다.”
신 대표는 대신에 고객과 콘텐츠에 승부를 걸었다. 다양한 상품을 갖춰 의료기기 포털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했다. 좀 손해를 보더라도 윈윈하는 모델을 찾는 데 사활을 걸었다. 고객에게 도움을 주고 제조사에게도 이익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고객과 제조업체로부터 믿음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사이트 인지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터넷은 비대면 거래로 소비자는 이용하면서도 내심 불안합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객 한명, 한명을 직접 관리했습니다.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는 등 각별히 신경 썼습니다. 우량 고객은 특별 회원으로 따로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가격 혜택을 위해 의료기기 사이트로는 드물게 적립금 제도도 운영했습니다.”
신 대표가 고객 중심 철학을 확립한 데는 10년 동안의 인터넷 사업 경험이 한 몫을 했다. 2000년 초 인터넷 붐 당시 대기업에서 나와 마이디지털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마이마진`이라는 가격 비교 사이트를 운영했다. 한 때 가격비교 사이트 `톱3`에 올랐지만 결국 중도에 사업을 정리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때 경험이 오픈메디칼을 창업하고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덕분에 시즌별 특가 이벤트, 타임세일, 상시세일, 아이디어 상품 등 고객에게 알뜰 구매 기회와 재미를 부여하는 다양한 기획으로 사이트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당시에 얻은 경험은 고객은 현명하고 정직하다는 단순한 진리였습니다. 가격이나 상품으로 잠깐 현혹할 수 있지만 결국 마음을 얻지 못하는 사업이나 서비스는 오래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오픈메디칼을 새로 시작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점도 이 때문에 고객이었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고객 위주의 마케팅과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순조롭게 연착륙에 성공한 신 대표는 2단계 오픈메디칼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1만개가 넘는 상품 가운데 주력 상품 50개를 만들어 주문자상표부착(OEM) 사업에 나선다. 자체 브랜드 사업에 나서는 것이다. 기업거래(B2B) 비중을 크게 늘려 매출 규모도 키울 생각이다. 신 대표는 “의료기기는 온라인 유통의 불모지지만 웰빙·힐링이나 갈수록 노령화하는 사회 흐름에 비춰 볼 때 전망이 밝다”라며 “이익보다는 가치를 준다는 목표로 새로운 모델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