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제 `유명무실`…올해 한 곳도 신청 안해

정부가 마련한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제`가 기업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우후죽순 생기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품질을 검증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실효성 낮고 비용과 시간도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시행 1년여 만에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을 신청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인증제 실시 이후 KT와 SK텔레콤 단 두 곳만이 인증을 받았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인증 대상 업체는 18개, 서비스는 30여개였다.

인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클라우드서비스협회 측은 “심사 신청에 대한 문의는 계속 받고 있다”며 “올해 클라우드특별법 제정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는 서비스 인증을 받더라도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없다는 입장이다. KT와 SK텔레콤은 인프라형서비스(IaaS) 시장에서 경쟁 관계지만 다른 사업자들 대부분은 관련 시장에서 독점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어 인증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회계관리에 특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더존IT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인증을 받는다고 해서 사용자가 갑자기 늘거나 회사에 혜택이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나중에 필요하다 싶으면 그때 가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애초 국내 통신서비스사업자와 대기업 IT서비스 기업들에 국한된 인증제라는 지적도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능력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평가 기준에 사업자의 재무 상황, 네트워크 및 데이터센터 구축 현황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 자체가 표면적으로는 대기업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 사업자들이 심사 서류를 준비하는 데만 최소 5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등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엔 이러한 작업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소SW 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금 서비스 개발과 고객 유치에만 몰두해도 수익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어떻게 수개월을 인증제 획득에 시간을 쏟을 수 있겠느냐”며 “자금이 많은 대기업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실제 KT, SK텔레콤은 외부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아 3~5개월에 걸쳐 자료를 준비해 심사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인증 심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서비스 체계를 제대로 잡아갈 수 있다”며 “결국 일정부분 `가이드라인` 역할도 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보다 양질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며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업계는 정부가 단순히 합격·불합격이라는 기준으로 인증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비스별로 등급을 매겨 어떤 서비스가 어떤 장점이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구분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적인 평가시스템 부재도 문제로 꼽는다. 실제 운용상황은 파악하지 않은 채 단순 제출 서류로만 검증하는 것은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최소한 전문가 집단으로 이뤄진 심사진이 서비스 시범 테스트 정도는 해보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최근 클라우드서비스 품질평가시스템을 개발 중으로 향후 이 시스템으로 보다 전문적인 평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와 함께 서비스 인증을 등급제로 세분화하고 관련 업체에 조세 혜택 등 실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법적 근거로 마련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제 추진 현황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제 `유명무실`…올해 한 곳도 신청 안해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