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3년 동안 지켜오던 무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1위 타이틀을 빼앗겼다. 2006년 6년 연속 차지하던 유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1위에서 밀려난 데 이어 무선 분야까지 세계 최고 자리를 내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지난해 12월 버전으로 업데이트한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무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103%로, 핀란드(106.5%)와 스웨덴(104.8%), 호주(103.4%)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올해 2월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까지 3년간 1위였다가 6개월 만에 세 계단이나 밀려났다. 보급률 자체도 반년 전 104.2%에서 1.2%포인트(P)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 OECD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부터 2012년 6월까지 3년간 1위를 차지했었다.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 비중이 세계에서 유례없이 압도적으로 높고, LTE 어드밴스트(LTE-A)도 가장 먼저 상용화한 우리나라가 왜 순위에서 밀린 것일까. 이유는 무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수치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자체에 대한 평가 척도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보급률은 전체 인구 대비 보급된 회선 비율을 뜻한다. 즉 우리나라를 비롯한 100%가 넘는 상위권 국가는 국민 1명이 평균 1회선 이상의 무선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100%가 넘는 국가의 보급률은 ICT 인프라의 `성능`보다는 이 인프라가 얼마나 다양하게 활용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분석할 수 있다. 각종 모바일 서비스와 다양한 소프트웨어, 볼만한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1인 다회선` 사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핀란드 등 이미 100%를 넘어섰던 국가가 보급률을 계속 끌어올리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서비스가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소폭이지만 오히려 활용도가 줄어든 것이다. 다양하게 쓸 만한 서비스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모바일 사용은 게임·TV 동영상 등 일부 분야에 편중돼 있다”며 “LTE 등 무선 인터넷 인프라 경쟁력은 월등히 앞서지만, 사용성을 높여주는 서비스는 선진국에 뒤쳐지는 상황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프라 경쟁력에 비해 서비스가 뒤쳐지는 대표적인 분야가 기업의 스마트워크나 교육 현장의 모바일학습 시스템 등 대규모 집단 사용자용 서비스로 분석된다. 이들 분야에선 추가 회선 수요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한편 유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4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보급률 자체는 36.2%에서 36.5%로 소폭 증가했다. 이는 1인 가구와 소규모 창업 등이 증가하면서 회선 수가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1위는 스위스(43.4)가 차지했고 네덜란드(39.7%)와 덴마크(38.8%)가 뒤를 이었다.
유무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순위 (2012년 12월 현재)
자료:OECD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