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에 사는 애벌레를 그린 창작 애니메이션 `라바`가 직·간접 매출 3000억원을 눈앞에 뒀다. 어두침침하고 지저분할 것만 같은 이곳에서 노랑·빨강색 애벌레 주인공들은 가히 기적에 가까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전준수 투바엔 마케팅본부장은 “가장 좋은 홍보수단이라고 여겼던 TV가 아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며 “오히려 기존 방송에 의존하지 않았던 것이 대박으로 이어진 비결”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산업 불모지에 가까운 우리나라에서 관련 매출 3000억원에 순이익 100억원이라는 숫자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전 본부장은 “방송사의 횡포에 휘둘리기 싫어 TV 방영을 포기했다”며 “대신 스크린이 있는 어느곳이나 라바가 들어가는 마케팅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투바앤은 지하철, 버스, 미용실, 소아과, 엘리베이터, 휴대폰 등 스크린이 있는 곳이면 무조건 라바가 나올 수 있도록 마케팅을 벌였다. 대신 짧은 시간에 사람들의 뇌리에 남을 수 있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짜야했다.
전 본부장은 “어른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무조건 짧고 웃긴 스토리를 만들었다”며 “세계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언어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는 대신 역동적으로 몸 개그를 할 수 있는 애벌레가 주인공이 됐다”고 말했다. 투바엔 애니메이터들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찰리 채플린의 표정과 몸 개그를 라바에 많이 응용했다.
과감한 변화 이유는 라바 탄생 당시 투바엔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 본부장은 “라바를 만들기 전에도 `비키와 조니` `오스카의 오아시스` 등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었지만 마케팅에 실패해 적자였다”며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TV에 방영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예전과 달리 제작, 마케팅, 상품화까지 동시에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올해 순익은 100억원을 내다본다. 올해 말까지 라바가 40여개 해외 방송국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투바엔은 방송국 방영만으로는 상품화가 어렵다고 판단, 국내 마케팅 모델을 해외로 그대로 가져간다. 캐릭터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스크린에서 라바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수출할 계획이다.
“라바가 주인공인 모바일 게임은 130만 내려받기를 돌파했습니다. 라바 관련 상품군은 700여개에 달합니다. 올해 초 라바 시즌2가 나왔으며 시즌3, 4도 계획 중입니다. 영화도 2015년 여름에 나옵니다.”
내년 중반기에는 라바 관련 공연, 게임, 캐릭터, 춤 등을 접할 수 있는 복합 공간도 서울과 부산 등 3곳에 세워진다.
전 본부장은 “예쁘고 귀엽기만한 캐릭터를 벗어나 성인이 오래 좋아할 수 있는 특이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시도가 성공했다”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브랜드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질 만큼 마케팅 방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