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떠나지도 오지도 못하는 기관장

공공기관 업무공백 비상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난 5월 22일 전임 이사장 사임 이후 두 달째 기관장이 없다. 이사장 부재 시 기관을 책임져야 할 부이사장은 이미 지난 3월 임기가 만료돼 공단을 떠났다. 이사장과 부이사장이 동시에 공석이지만 아직 후임 인선 소식이 없다.

[이슈분석]떠나지도 오지도 못하는 기관장

정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공공기관장 인선을 늦추면서 곳곳에서 기형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기관장 사임 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후임 인선 작업이 진행되지 않거나, 공모 도중 일정이 중단된 뒤 재개되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다. 임기가 끝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떠나지 못하는 기관장도 있다.

기관장 인사 지연은 곧 기관 운영 부실화로 이어진다. 주요 정책 방향과 사업을 결정할 기관장이 없으니 신규 사업 추진은 생각도 못한다. 기관장이 있어도 곧 떠날 사람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사실상 업무 공백 상태다.

리더십 부재는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 저하를 가져온다. 임기가 끝난 기관장 소속 한 직원은 “곧 그만 둘 기관장에게 중장기적인 업무를 보고하기도,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라며 “직원들은 새 기관장이 누가 될지에만 관심이 쏠려있다”고 전했다.

기관장 인사 지연의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중앙 부처를 뒷받침하며 각 유관 분야의 세부 사업 집행과 지원을 책임질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면 정책 집행 과정에 구멍이 생긴다. 정책 수혜자인 기업과 국민들만 애꿎게 손해를 보는 셈이다.

김영미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관장 인사가 늦어지면 기관 사업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결여되고, 공공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