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말 진(秦)나라는 우나라에 많은 재화를 약속하며 괵나라를 정벌하기 위한 길을 내어 줄 것을 요구했다. 우나라 왕 우공이 이 제의를 수락하려 하자 중신 궁지기가 말렸다. 그는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 몸이나 다름없는 사이라 괵이 망하면 우나라도 망한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며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재화에 눈이 먼 우나라 왕은 길을 내줬고, 괵나라를 정벌한 진나라는 우나라 마저 정벌해 버렸다. 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려움을 비유한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된 이야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세수 부족으로 난리다. 정부 2차 추경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이는가 하면 경기도는 무려 8000억원에 이르는 감액추경을 예고했다. 지방세의 주축이 되는 취득세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연초 부동산 취득세 면제를 연장한 데 이어 최근 영구 인하론이 등장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경기도는 상반기 취득세가 8.5%나 줄었다. 하반기 감액추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업예산을 20% 삭감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돈다. 도지사가 “마른 수건 짜봐야 나올 게 없다”고 토로할 정도로 재정난이 심각하다. 다른 지자체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이 경기도시공사에 1000억원대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나섰다. 광교신도시 개발이익에 따른 전체 법인세 740억원을 일괄납부로 계산했고, 도가 경기도시공사에 기부채납했다가 되돌려 받은 건물에 부가세와 법인세 300억원도 부과했다. 경기도 측은 “납득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수익 발생 시점에 납부해도 되는 세금을 미리 일괄 납부하라는 것은 억지고, 기부채납했던 건물은 이미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결과가 어찌 나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이번 국세청 처사는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기 위해 지자체를 쥐어짜는 모양으로 비쳐진다. 정부와 지자체는 `입술과 이`처럼 서로 의지해야 하는 한 몸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