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88>`지시(指示)`하지 말고 `지휘(指揮)`하라(1)

`지시`하는 리더는 자신의 `지식`으로 팀원을 `복종`하게 만들고, `지휘`하는 리더는 팀원의 `지식`으로 `지혜`를 발휘하게 만든다. 지시하는 리더는 자신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팀원은 리더의 지식에 근거를 둔 지시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을 기반으로 지시하는 리더십은 이런 점에서 팀원의 팔로어십(followership)을 동반하지 못한다. 지휘하는 리더는 자신의 리더십으로 팀원의 팔로어십을 이끌어내고 서로 영원한 동반자라는 펠로십(fellowship)을 만들어간다. 이런 리더는 자신의 지식보다 팀원들의 집단지성과 협동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조직을 이끌어간다. 또 구성원 개개인의 강점과 재능을 파악해 주어진 목적 달성과 문제 해결을 위한 한 편의 하모니를 연출하는 데 주력한다. 그는 자신의 지식으로 지시하기보다 팀원의 독창적인 지식이 융합돼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를 이끌어낸다.

지시하면 생각이 굳어지고 말문이 막히지만 지휘하면 생각이 꿈틀거리고 말문이 트인다. 지시하는 리더는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팀원에게 전달하지만, 지휘하는 리더는 팀원의 생각이 무엇인지 먼저 묻는다. 지시하는 리더는 명령하고 통제하며 점검하지만, 지휘하는 리더는 도움을 구하고 지원을 요청하며, 머리를 맞대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해결대안이 무엇인지를 함께 탐색한다. 지시하는 리더는 권력으로 팀원을 누르고 그 위에 군림하지만 지휘하는 리더는 팀원이 만들어준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 그들과 함께 호흡한다. 지시하는 리더는 가장 높은 곳이 자신이 설 자리라고 생각하지만, 지휘하는 리더는 가장 낮은 곳이 자신이 봉사할 자리라고 생각한다.

지시하는 리더는 자리에 목숨을 걸지만 지휘하는 리더는 하는 일의 의미에 목숨을 건다. 지시하는 리더는 팀원들이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지만, 지휘하는 리더는 일을 하는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