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맞이하려 한다. IT산업이 바로 그 변화의 중심이다. 지금 IT산업은 구시대의 껍질을 벗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으며, 진화의 태동은 이미 우리의 삶뿐 아니라 사회구조와 생활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폰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우리 삶 속에 녹아들어 IT산업과 사회를 새롭게 재창조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더욱 스마트한 삶의 질을 제공받는 시대를 살아간다.
![[소재부품칼럼]시스템웨어와 아키텍트](https://img.etnews.com/photonews/1308/456965_20130806161847_464_0002.jpg)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한국 스마트폰 산업이 부진했던 몇 년 전이 떠오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취약한 경쟁력의 원인을 소프트웨어(SW) 기술력, 특히 안드로이드 등 운용체계(OS) 기술의 부족에서 찾았다. 그 책임 또한 만들기 중심의 하드웨어(HW) 기술에만 치중한 탓으로 돌렸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로 구분해 정의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창의적으로 구현한 인간 중심의 휴대 시스템, 즉 `시스템웨어`다. 비교 대상인 애플 스마트 기기에 사용된 대부분의 기술은 이미 우리가 보유했거나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따라서 우리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응용력과 창의력 부족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스템웨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을 지칭하는가. 스마트폰을 해체해보면 단순히 시스템온칩(SoC)만 서너 개 있을 뿐이며, 뚜렷하게 하드웨어라 부를 수 있는 장치는 찾을 수 없다. 과거에 CD에 담아 설치하던 패키지 소프트웨어나 OS 등도 오늘날 스마트폰에서는 주류가 아니다. 지금은 사용자가 그 자리에서 바로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해 저장하는 형태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가 중심을 이끌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각 기술의 깊이가 아니다. 두 가지 관점에서 SoC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이해하고 이들의 정합성을 고려해 시스템 전체의 전력 소모나 제품의 사용성을 반영해 최적화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별적으로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과거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이 둘을 한 몸으로 생각하는 융합 형태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시스템웨어의 궁극적인 의미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헬스케어 등의 서비스에서도 새로운 사회를 향한 변혁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구분이 없는 인간 중심의 시스템 구현의 필요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이에 필요한 기술들을 하나로 묶어 최적화된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시스템 아키텍트가 추구해야할 시스템웨어 기술의 핵심이다.
아울러 이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 아키텍트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 IT 교육 상황을 보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교육받은 시스템 아키텍트를 양성하기에는 두 기술 간 장벽이 지나치게 높다. 더욱 큰 문제는 학생과 전문가조차도 각각의 분야를 완전히 다른 기술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문 자체의 장벽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인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 아키텍트를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설정해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IT산업의 국가경쟁력은 시스템웨어 기술, 즉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 기술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지로 결정될 것이다. 차제에 우리나라에서도 융합의 개념과 연구 체계를 확립하고 전문 인력 양성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그것이 IT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새로운 대변혁 시대에 기술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의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유회준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hjyoo@ee.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