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18>스마트 무버 경영 ②지식을 넘어서라

벤처 창업자 한 명이 재미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찾아왔다. 기술도 전망도 시장성도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이것저것 묻다보니 경쟁력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인터넷을 속속들이 다 뒤져봤지만 경쟁이 될 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내가 다시 물었다. “지금 당신이 그리고 있는 사업 내용을 잠재적 경쟁자는 알고 있을까요?” 그는 “알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질문을 이어갔다. “당신이 무엇을 준비하는지 경쟁자가 모른다면, 당신은 경쟁자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그는 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18>스마트 무버 경영 ②지식을 넘어서라

신사업 아이디어나 새로운 벤처에 대해 구루(Guru)로 통하는 토니 퍼킨스가 벤처전문지 레드헤링의 편집장으로 있을 때 일이다. 그는 `이 달의 벤처(Catch of the Month)`라는 칼럼을 연재했다. 매달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 한 곳을 선정해 소개하는 코너였다. 여기에 소개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 낙관되는 벤처기업으로 인정받는 셈이니 벤처캐피털들은 돈을 싸들고 그 기업을 찾아가기 일쑤였다. 벤처기업 창업자나 이미 벤처기업에 투자한 투자자할 것 없이 자기 기업을 소개해달라며 줄을 섰다.

이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는 토니 퍼킨스와 그 밑에 유능한 직원들은 매월 물밀듯이 밀려드는 벤처기업 명단과 비즈니스 모델을 면밀히 살폈고, 그 가운데 가장 독창적으로 뛰어난 기업을 엄선했다. 그와 직원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탁월하다고 믿었고, 자부심도 대단했다. 그런데 어느날 그의 칼럼을 본 10여개 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칼럼에 소개된 벤처기업이 이미 내가 벌인 사업과 유사하며 오히려 내 사업이 더 낫다”는 일종의 항변이었다.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인터넷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수집력이 타인에 비해 월등할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업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토니 퍼킨스가 겪은 일이다.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한 시대인데 인터넷을 뒤지는 정도로 독창성과 경쟁력을 주장하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는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인터넷의 보편화하면서 여러 변화가 생겨났다. 긍정적인 변화로는 첫째, 누구나 공개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가치 있는 정보는 뒤늦게 공개될 수도 있다.) 둘째, 방대한 정보를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셋째, 정보의 질이 좋아져서 정보 수준을 넘어선 지식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부정적인 변화로는 우리가 정보를 인식하는 방식이 인터넷에서 얻은 그대로를 아무 생각이나 저항감 없이, 얕고 가볍게,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의 민주화·속도화·지식화·수동화는 지식의 보편화 현상을 가져 왔다. 지식의 보편화 현상은 비즈니스 세계라고 다를 바 없다. 아인슈타인이 “정보는 지식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보편화된 지식은 정보의 수준이 지식적으로 업그레이드됐을 뿐이다. 그것이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지식 그 자체가 되지는 못한다.

인터넷을 잘 활용하면 비용면에서 효율적이며 손쉽게 창조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인터넷에 종속되면 창의성도 경쟁력도 없는 그냥 평균과 보편 수준에 그치고 만다. 평균과 보편으로는 결코 스마트 무버(Smart Mover)가 될 수 없다.

인터넷에서 얻은 지식을 비즈니스 지식이라 하지 말자. 인터넷에서 습득한 정보에 앞에서 언급한 `자기 나름의 생각하는 능력`을 더해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자기 자신만의 지식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의 보편화는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빼앗고 있다. 인터넷에 자기 뇌를 빼앗기지 말고 인터넷을 활용해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때야 비로소 스마트 무버가 될 수 있다.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초빙교수 dwight@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