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컴퓨터박물관 개관]컴퓨터와 게임이 가져온 세상변화 담아

30년 전 컴퓨터를 해보기 위해 교보문고 매장을 찾던 학생이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기업가로 성장했다.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돼 있는 넥슨재팬의 지주회사인 NXC 김정주 대표 이야기다. 이 30년의 성장 기간에 들어있는 두 가지 핵심 단어가 바로 `컴퓨터`와 `게임`이다.

지난 8일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컴퓨터박물관 운영 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일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컴퓨터박물관 운영 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1994년 웹에이전시 업무를 주업으로 하는 넥슨을 창업했지만, 곧 송재경, 정상원, 서민 등 지금도 게임업계에 쟁쟁한 실력자들과 의기투합해 `게임`을 본업으로 삼는다. 그렇게 1996년 내놓은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부터 올 하반기 한국에서 서비스될 `도타2`까지 20년 시간이 수많은 게임으로 촘촘히 채워졌다.

그 시작과 과정 전체를 함께했던 `컴퓨터`와 `게임`이 또 한번 역사적 출발을 맞이한다.

국내 최초로 컴퓨터와 게임에 포커스를 맞춘 넥슨컴퓨터박물관이 27일 공식 개관한다.

김정주 대표는 “5~10년만 늦었어도, 우리가 역사적으로 알고 있는 컴퓨터를 영원히 볼 수 없게 됐을지도 모른다”며 박물관 건립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수집하면서 찾아본 컴퓨터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반 것이 많았는데, 그로부터 30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며 “(내가 교보문고를 컴퓨터하려고 찾았던) 30년전 사람들은 어떻게 컴퓨터를 썼으며 그것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고, 변화시켜 갈지를 담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끌어 모은 역사적 컴퓨터 목록에는 지난해 6월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37만4500달러(약 4억3000만원)에 낙찰 받은 애플 원(AppleⅠ)도 들어가 있다. 애플을 세운 고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함께 만들어 1976년 시판한 애플 원은 그것 자체로 역사적 제품이다. 관람객이 눈으로만 보지 않고, 직접 만지고 작동시켜 보도록 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전세계 6대 밖에 남지 않은 정상 작동되는 애플 원을 구했다.

왕년 오락실을 주름잡았던 초기 슈팅게임의 제왕 `스페이스 인베이더`(1978년) `갤라가`(1981년) `엑스리온`(1983년) 등도 실제 오락실처럼 즐길수 있게 구비했다. 최초의 1인칭슈팅(FPS)게임 `울펜스타인`(1992년)도 21년전 그 재미 그대로 다시 느낄수 있다.

평면TV의 신화를 쏜 14인치 대우 개벽TV에 연결된 재믹스로 `트윈비`를 해보는 재미도 쌓인 세월 만큼이나 묵직하다. 1994년 나온 `위닝일레븐4`는 19년 전에 나온 게임이 아직까지 플랫폼을 옮기면서 장수할 수 있는 비결과 특징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게임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 상상을 컴퓨터로 풀어내면 새로운 가치와 기술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음미할 수 있다. 박제화된 전시물품이 아니라 만지고, 놀 수 있는 실제 기기와 게임을 갖고 찾는 이들에게 또 한번 상상력의 자극을 준다.

지난 4년간 컴퓨터박물관 건립과 전시물 수집에 깊은 정성을 쏟아온 김정주 대표는 “시작은 넥슨이 했지만 다양한 사람·조직과 열린 운영을 해나가기를 원한다”며 “일상 문화가 된 컴퓨터와 게임을 초기부터 되돌아볼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