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위메프의 허민 공동대표가 대표직을 내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지난 2011년 7월 위메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만 2년 만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허민 위메프 대표는 지난 22일 전체 직원에게 `내달 1일부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허민 위메프 대주주, 대표직 내놓는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7/25/458271_20130725170310_687_0001.jpg)
회사 측은 허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내놓는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위메프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 자격은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로써 위메프는 지난해 4월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박은상 대표가 원톱 체제를 구축해 회사 운영과 사업 전반을 관리하게 된다. 허 대표는 이사회 의장을 담당하면서 후방 지원을 맡는다.
회사 관계자는 “허 대표가 학업과 새로운 사업 구상 등으로 해외 체류 기간이 긴 것은 물론이고 고양 원더스 야구단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 위메프를 직접 경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등기이사가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어드는 것이지만, 위메프 내부 조직과 사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허 대표의 이번 행보가 위메프를 매각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유통가에서는 위메프가 유통을 주 사업으로 하는 대기업에 매각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허 대표는 지난 2007년 자신이 운영하던 게임업체 네오플을 넥슨에 약 3800억원에 매각한 선례가 있다. 지난달 공개된 에이스톰의 온라인 게임 `최강의 군단`에 허 대표가 개발 초기부터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게임 업계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이에 대해 박유진 위메프 홍보실장은 “위메프 매각설이나 게임 업계 복귀설은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밝혔다.
뉴스의 눈
성공한 벤처기업 창업자·대주주들이 CEO 자리를 내려놓는 일이 늘고 있다.
NHN 창업자인 이해진과 카카오톡 신화의 김범수는 CEO 자리를 놓고 지금은 이사회 의장직만 맡고 있다. 이 의장은 지난 2002년 네이버가 성인만화·음란물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고 1년이 조금 지나 2004년 초 대표직을 내려놨다. 국회의원이 된 안철수 역시 정치참여 이전부터 안랩의 대표직을 내놓고 이사회의장 활동을 했었다. 당시 새로운 구상과 공부를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인 이재웅도 지금은 대주주 자격만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 압박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이번 허민 위메프 대표까지 `스타 CEO`로 꼽혔던 이들이 왜 회사 대표직을 내려놓고 있을까.
이유는 각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본인이 선호하는 업무 이외의 관리 부담이 커진 것이 공통적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는 회사가 고속성장을 하면서 대부분 이공계 개발자 출신이던 젊은 CEO들이 연구개발이나 마케팅이 아닌 조직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 오너나 전문경영인처럼 수십 년에 걸친 경영 학습을 받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하면 초기 고유 업무인 개발과 비즈니스 이외에 인사와 조직 등 관리부문 영역이 커진다”며 “개발자 출신인 CEO들은 본인이 선호하지 않는 이 매니지먼트 역할을 회피하려는 욕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 CEO들은 국세청·공정위·산업부 등 여러 정부기관은 물론이고 때에 따라 국회에 출석하거나 조사에 응해야 할 상황도 많다. 여러 협회·단체 참여나 강연·행사 참석 요청도 줄을 잇는다.
이런 부담도 CEO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연구개발과 영업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이 때문에 본인은 대주주나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책임은 회피하면서 의사 결정만 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는 관측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벤처 성공모델들이 새로운 도전 없이 후선으로 물러나는 일은 국가 경제의 역동성 확보 차원에서도 긍정적이지 않다”며 “우리나라 기업문화가 성공한 창업자들을 스타CEO로 칭송하면서도 불편과 제한을 많이 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윤희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