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요즘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을 만나 현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이다. 평소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듣기도 힘들다. 반대하는 주민을 찾아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해도 들으려하지도 않으니 적잖이 힘도 빠진 모양이다.
밀양 현지는 여전히 송전탑 건설 반대를 주장하는 환경·노동 단체로 시끄럽다. 민주노총과 전국건설노동조합, 주민 등은 25일에도 밀양 송전탑 공사를 거부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와중에 밀양시장이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한 `직접개별보상`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업 주체인 한국전력과 정부를 상대로 최대한 많은 보상과 지원을 끌어내겠다고 했다. 반대 논리로 가득한 밀양현지에서 `보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말이 나온 것만 해도 커다란 진척이다.
이 대목에서 10년 전 원전수거물관리센터(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문제로 시끄럽던 부안 상황이 오버랩 된다. 당시 부안엔 방폐장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 물결로 가득했다. 부안 주민뿐만 아니라 종교·환경 단체가 전국에서 몰려와 반대를 주도했다. 지역 발전을 위해 부안군수가 산업부(당시 산업자원부)에 부지 선정 신청서를 내고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방폐장 부지 선정 작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경주가 최종 유치 지역으로 선정됐다. 나중에 부안 주민 상당수가 당시 부지 선정에 반대한 것을 후회했다는 후문이다. 외지에서 들어온 환경 단체의 말만 믿고 정부의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밀양은 부안 사태의 전철은 밟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밀양시장 말대로 외부 세력이 밀양 문제에 너무 개입해선 안 된다. 과장·왜곡된 정보로 주민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부안과 밀양의 사안은 다르지만 한 쪽 정보만 유통돼 주민 판단이 편향된 것은 공통점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최근 밀양 주민이 중심이 된 보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밀양시는 이를 받아 조만간 보상협의체를 출범시킨다고 한다. 최종 판단은 밀양 주민이 하겠지만 판단에 앞서 귀를 열고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