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제조업을 무기로 아베정권의 오만에 대처하는 법

지난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집권 자민당이 역대 최고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강경 국수주의와 극단적 우경화로 치달아 온 아베 총리가 국민적 정당성을 재확인 받았다고 자신할만하다. 이미 예상한 결과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8·15 광복절을 목전에 둔 시기여서 솔직히 더 씁쓸하다. 일본 침략 전쟁의 피해 당사국 입장에서는 일본 극우 진영의 역사관에 `수정주의`란 점잖은 수식어를 달아주기도 싫은 게 사실이다. 거창한 사관도 아닌, 확신범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자기 망상일뿐이다.

여기서 다시한번 극일을 생각해본다. 정치외교적 사안에서 출발했지만 시선을 돌려 산업적 관점에만 국한시키겠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참 많이 닮았다. 무역, 즉 수출로 국부를 창출하는 나라다. 제조업이 양국 경제의 주춧돌이라는 뜻이다. 아베노믹스가 등장하기전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었던 것도 제조업의 체력 약화와 맥을 같이 한다.

수년전부터 주목해왔던 현상은 일본 제조업, 특히 수출 주력인 소재부품 산업의 한국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난 상반기 우리나라 소재부품 대일 수입 의존도는 21%로 역대 최저 수준에 그쳤다. 매년 감소하는 추세라곤 하나 상반기에만 대일 무역 적자가 100억달러를 웃돌았다.

외견상 지표보다 더 천착하는 부분은 산업 현장에서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지난 수년간 일본 제조업이 몰락하는 사이 우리는 세계 경기 불황을 돌파하고 제조 강국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자국내 고객사를 배신하고 한국을 찾아온 기업들이 다수다. 제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나라와 손잡는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직접 들은 적도 많다.

이 대목에서 다소 감정적인 판단으로 비화된다. 비즈니스 세계가 아무리 국민 정서와 거리가 멀다지만 아베 정권의 역사의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아베노믹스는 엔저를 앞세워 국내 소재부품 산업에 경고 신호를 보내왔다. 심지어 우리 안방에서 버젓이 덤핑에 가까운 수준으로 가격 공세를 펼친 사례가 있는데 감독 당국이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일본 소재부품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우리 제조업에 열렬한 구애 신호를 보내는 마당에 국내 설비 투자에 대해서도 달리 대해야 한다. 가만있어도 찾아오는 첨단 제조업 분야 설비 투자라면 굳이 세제 혜택을 줘가며 일본 기업들을 유치할 필요가 있을까. 미국·유럽 등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그동안 우리 스스로 저지른 잘못은 인정해야 한다. 연간 200억달러를 웃도는 대일 소재부품 무역 역조는 지난 세월 삼성·LG·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국산화를 도외시한 탓이 가장 크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더 각성해야 한다.

과거 힘겹게 국산화에 성공해 이제 세계 수준의 반열에 오른 국산 소재부품이 적지 않다. 대일 수입 의존도가 큰 소재부품을 하나하나 추려내 국산으로 대체하거나, 그렇지 않다 해도 수입 다변화를 시도할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의지만 있다면 민간 기업들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극일의 노력이다. 감정에 치우친 비현실적 주장이라 해도 좋다. 우리 제조업을 앞세워 일본을 압박하고 싶은 심정을 갖게 만드는 책임은 오롯이 아베 정권에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