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in 라이프]놀이공원 속 무중력

놀이공원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놀이기구 `난이도`에 따라 스릴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공포에 휩싸이는 사람도 있다. 바이킹을 타고 높이 올라가 잠시 멈춰 있을 때, 롤러코스터가 높은 지점을 지나서 급강하할 때, 자이로드롭이 덜컹 소리와 함께 떨어질 때, 아랫배가 묘하게 간질거리며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난다. 이 기분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놀이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기도 하다.

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한국 우주인 후보들이 임무수행능력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한국 우주인 후보들이 임무수행능력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작 뉴턴의 눈앞에서 사과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자유낙하의 기분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늘에 떠있는 달과 달리 왜 사과는 아래로 떨어질까. 중력이란 개념이 탄생하게 된 것은 뉴턴의 사색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내부에 힘을 가지고 서로 끌어당긴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은 지구가 힘으로 사과를 `당긴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땅이 당기는 힘이 바로 중력이다. 물론 우리가 지구에 발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지구가 잡아 당겨주기 때문이다. 그 힘이 없다면 지금쯤 인간은 저 우주를 떠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땅 위에 서 있을 때는 중력과 함께 수직항력이 생긴다. 땅에서 발바닥으로 몸을 받쳐주는 힘이다. 중력의 반작용으로 중력과는 평행 관계에 있다. 우리는 중력과 수직항력을 동시에 받는다. 그렇다면 하늘에서 떨어질 때는 어떨까. 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올에서는 `자유 낙하 중에는 바닥을 누르는 힘이 없기 때문에 그 반작용인 수직항력도 작용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이때부터 사람은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게 된다.

#자이로드롭이 떨어질 때 우리 몸은 자유 낙하를 한다. 놀이기구를 탈 때는 대부분 열린 공간이라 떨어진다는 상황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놀이기구와 함께 떨어지면서 수직항력을 받지 못하고 붕 떠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좀 더 상황이 명확하다. 절대 체험해서는 안 되지만 엘리베이터 줄이 끊어져 떨어질 때 그 안에서는 제대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 닫힌 공간에서 엘리베이터가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몸도 떨어지고 있어 중력을 느끼지 못한다. 우주 공간에서처럼 붕 뜬 상태로 `낙하`할 수 있다.

영화 `인셉션`을 참고하면 쉽게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은 꿈 속에서 한 호텔에 들어간다. 격투 신으로 유명한 이 장면에서 갑자기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물체가 공중으로 떠오른다. 무중력 상태가 시작된 것이다. 이때 꿈 밖에서는 자동차에 탄 주인공이 강으로 떨어지고 있다. 영화는 자동차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무중력 상태가 꿈속에 반영된 것을 보여준다.

#2007년 9월 10일 우리나라 첫 우주인 후보였던 이소연 박사와 고산씨는 러시아 무중력 비행기(IL-76 MDK)를 타고 적응 훈련을 받았다. 5000m 상공에서 평행으로 날던 비행기는 45도 각도로 상승했다. 이때 비행기에 있는 사람은 2G(중력가속도 2배) 정도 가속도를 느끼게 된다. 비행기가 9000m 상공에 도달했을 때 엔진 출력을 줄이고 관성 비행을 한 후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내부 탑승자들은 약 25초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다. 비행기는 20번가량 무중력 체험을 반복하게 되고 안에 있는 사람은 2G-0G(무중력)-2G 상태를 20번 겪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무중력 훈련을 하면서 속이 불편해지거나 멀미를 할 수 있다. 미국 무중력 비행기에 `구토 혜성(Vomit Comet)` 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지구상에서 무중력을 체험하는 것이지 실제 무중력인 것은 아니다. 즉 중력은 계속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 무중력 체험은 중력에 따라 같이 움직이면서 실제로 중력을 못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겉보기 무중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중력 체험을 하더라도 대상에는 언제나 중력이 작용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