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난 건 지난 3월 이른 아침이었다. 미국으로 출장 가기 전 잠시 방문한 그는 올해 갓 서른을 넘긴 경력 4년차 벤처기업 젊은 사장이었다. 일곱 명 직원과 춥고 배고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미국 법인을 준비 중이었다.
직원이 기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회사의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젊은 사장은 겉과 달리 속이 꽉 찬 애늙은이 같았다. 게다가 지난 4년간 회사를 지탱하며 부모님께 손 벌리는 일은 다반사였고 털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털었다는 그는 지금도 직원 월급을 마련하기 위해 가용 자원의 30%는 돈벌이를 위한 외주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했다.
짧은 미팅이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안락한 사무실에 앉아있는 내가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처에서는 제대로 된 기술이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기술만 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다른 것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데 말입니다.”
연구개발 분위기조차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아 회계 경리 사원도 따로 두지 않고 본인이 처리하고 있다는 젊은 사장은 `기술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는 선배의 조언을 도리어 안타깝게 생각했다.
“본업 이외에 해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하지 말라는 규제도 많고요. 작은 벤처가 짊어지기엔 모든 게 무거운 짐입니다. 우리 기술 위에 서비스를 입히고 유통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고 그렇게 서로 잘할 수 있는 일을 엮어서 성공 신화를 쓰고 싶습니다.”
그는 매일 99% 절망으로 시작하지만 1%의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했다. 지난 4년간 세계 시장을 목표로 달려왔다는 젊은 사장의 1%는 다름 아닌 `창의적 기술`에서 오는 `자신감` 이었다.
독일의 경제학자 헤르만 지몬은 규모는 작지만 기술 하나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을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 칭하고 자국엔 풍부한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1500여개에 이르는 히든 챔피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우리 회사는 세계 최초로 영상 콘텐츠 기반의 영상통화 서비스인 `티빙톡 플러스`를 선보였다. 티빙톡 플러스는 국내 최대 모바일TV 서비스인 티빙에 영상 채팅을 결합해 고객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창의적 융합서비스다. 이는 지난봄 제대로 된 파트너가 절실하다며 출장길에 오른 젊은 사장과의 만남 이후 약 3개월 만에 상용화를 성공시킨 그와 우리의 첫 번째 공동 `작품`이다.
이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개시하기까지 순탄했던 것만 아니었다. 다만 순간의 이익을 얻기 위해 미래를 팔지 않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멀리 보고 오래 가자는 데 뜻과 힘을 모아 지금까지 `즐거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그와 우리는 벤처기업의 창의적 기술과 대기업이 보유한 비즈니스 역량을 제대로 묶어 세계를 제패해보자는 하나의 비전이 생겼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하나의 기술이 새로운 서비스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한 것이 많다.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단단한 껍질을 안에서 부지런히 쪼고 있을 때 어미 닭이 밖에서 함께 쪼아주며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듯 지금 우리 사회는 `줄탁동시(〃啄同時)`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세계시장을 목표로 지금 어딘가에서 `기술` 하나로 뚝심 있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수많은 히든 챔피언과 그의 파트너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내며 더 많은 젊은 벤처인의 1% 상상이 99%의 현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수많은 `동반자`가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 dsbyun@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