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연구자 소송제한 요청에 미래부 불가방침...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새 국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설립이 삼성의 `소송제한` 요구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2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미래기술육성재단 설립 기준에서 무상통상실시권(삼성은 별도 이용료 없이 기술특허를 사용할 권리)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삼성이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개발자가 소송을 내지 않는다는 조항 삽입을 미래창조과학부에 요청했다.

무상통상실시권은 재단 지원을 통한 연구개발(R&D) 성과물을 삼성은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가 거부 입장을 내놓자 삼성은 재단을 통한 성과물에는 사용료를 내겠지만, 삼성이 재단에서 나온 성과와 유사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소송을 내지 못하도록 규정해 달라는 새 제안을 했다.

삼성은 재단의 성과와 그룹 내 연구개발의 충돌을 우려한다. 재단과 삼성이 별도로 유사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재단 성과물이 먼저 특허권을 확보하게 되면 삼성은 내부 개발 성과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한 가지 기술에 최고 세 배의 비용지불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출연한 재단 지원금에다 △자체 개발비용, 또 △특허권을 놓치면서 재단 활동으로 개발된 성과물의 사용료까지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경우다. 삼성은 무상통상실시권을 양보하는 만큼 소송제한으로 삼성에 어느 정도 방어장치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삼성은 좋은 취지로 지원한 돈으로 만들어진 기술이 자칫 삼성에 독이 돼 돌아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정부는 삼성의 소송제한 요청은 승인할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미래부는 종합적 검토와 자문을 거쳐 소송제한 조항을 재단 설립 요건에 넣을 수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특허를 보유한 사람이 특정 기업의 유사 기술에 대해 소송을 하지 말라는 것은 공익재단 취지에 맞지 않고 정부가 제한할 부분도 아니다”며 “재단 활동으로 개발된 모든 기술을 삼성이 이용하겠다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미래부는 연구개발을 시행하면서 성과물이 해외 경쟁업체에 들어가거나, 국익에 반하는 쪽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조항은 넣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삼성에서 우려하는 연구성과물 오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단 운영지침이나 연구자와의 R&D 계약서에 별도 항목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정부에 요구한 `우선매수협상권`은 미래부에서 승인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공정한 외부 심사를 거쳐 꼭 필요한 때에는 삼성이 특허를 우선 구매할 권리를 갖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삼성이 올해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기초과학 △소재기술 △ICT 융합 등 국가 차원의 3대 미래기술 육성에 나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6월 출범 예정이었으나 삼성과 미래부가 설립 기준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이번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향후 기업들의 유사한 재단 설립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높다. 재계는 출연 기업들이 국가 연구개발에 기여한 만큼 일정 부분 혜택은 보장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반면에 정부는 기업들의 공익재단 출범은 환영하지만 운영상 공공성 원칙은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며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설립 관련 쟁점사항


*자료: 미래창조과학부·삼성

삼성의 연구자 소송제한 요청에 미래부 불가방침...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새 국면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