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종량제 실질 시행,사용자 대거 이탈…블랙마켓 다시 뜨나

#직장인 A씨는 지난해부터 사용해온 음악 스트리밍 요금제를 이달 해지했다. 음원 서비스 가격이 3000원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A씨는 대신 웹하드, 드롭박스 등 블랙마켓에서 음원을 검색해 무료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음원서비스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른 이달들어 음원서비스 이용자가 대거 이탈했다. 우려대로 기존 가입자가 음원가격 증가폭을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블랙마켓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부는 뒤늦게 부랴부랴 음원서비스 요금에 대한 소비자 수요 조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는 음악을 이용하는 소비자 실태 파악이 선행되지 않은채 정부가 종량제를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음원서비스 고정 가입자 크게 줄어

28일 멜론, 소리바다, 벅스뮤직, KT뮤직 등 대부분의 음악서비스사업자는 가입자의 서비스 해지율이 지난달보다 늘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작년에 가입한 사용자의 음원징수 규정 유예기간이 6월 30일 종료돼 음원 사업자는 이달 초 가격을 올렸다. 기존 고객에 대한 프로모션을 계속 진행했던 음원업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입자가 빠졌다.

음악업계 고위 임원은 “지난달과 비교해 이달 해지한 사람의 숫자가 1.5배나 증가해 다시 할인 프로모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지난달보다 유료 회원수가 1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가입자가 줄지 않은 사업자도 걱정이 깊다. 한 관계자는 “기존 가입자에 대한 프로모션을 계속해 가입자 변동이 없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 하는 프로모션이라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가입자를 묶어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 종량제 시행, 소비자는 배제돼”

시민단체는 이 같은 부작용이 소비자에 대한 실태 파악이 안된채 정부가 종량제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종량제가 올해 1월부터 시작됐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제서야 소비자 실태파악을 위한 설문 조사를 준비 중이다. 한석현 YMCA 간사는 “정부가 음원 종량제 시행에 있어서 소비자의 가격 인상폭에 대한 입장을 수렴하지 않고 사업자와 권리자 의견 위주로 듣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유료 음원 시장이 종량제 부작용으로 다시 블랙마켓에 눌릴 우려까지 나왔다. 여론조사업체인 Ipsos의 지난 2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6~64세 인터넷 사용자의 70%가 과거 6개월 동안 합법적인 디지털 음원서비스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16~24세까지의 젊은 층은 이 비율이 82%에 이르러 세계 평균인 16~64세 62%, 16~24세 8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석현 YMCA 간사는 “종량제의 취지는 좋지만 이제서야 겨우 유료 음악시장이 안정화되는 단계인데 사전 조사조차 없이 너무 빨리 음원 가격을 올려서 다시 블랙마켓으로 사용자가 유입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 설문조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음원 가격을 올리는 것은 시장 가격에 맞춰 사업자가 정하는 것이지 문화부가 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