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흥행몰이가 거세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는 5556만 명으로 상반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까지는 2004년 상반기에 기록한 4584만 명이 한국영화 최다 관객 수였다. 더구나 아시아 최초의 풀(full) 3D영화 `미스터 고`가 우리 영화로는 드물게 한국, 중국, 태국 등에서 동시 개봉돼 상영 중이고 본격적인 글로벌 프로젝트인 `설국 열차`도 관객을 맞을 마지막 채비를 마쳤다. 실로 한국영화 최고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을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러한 흥행성적의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영화산업은 몇 년 전 계속되는 흥행실패로 극심한 투자 가뭄과 그에 따른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한국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작품개발에 매진했고, 거품을 걷어내며 적은 예산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그들의 그런 끈기와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
놀라운 변화도 목격됐다. 이해관계가 그 어떤 산업보다 복잡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입장을 충분히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이다.
2011년 말 `한국영화산업동반성장협의회`가 발족했을 때만 해도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 방침과 시류에 편승한 형식적인 모임으로 끝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 예상을 뒤엎고 2012년 7월 상영 환경에서 최소한의 원칙과 현장 영화 스태프들의 권익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업계 종사자 전체가 노력하기로 합의한 `이행협약`을 체결하더니, 1년이 넘는 실무협의를 거쳐 2013년 4월에는 `한국영화산업동반성장협의회 이행협약 부속합의문`까지 내놨다.
`월별 정산` `무료초대권 정보제공` `최소 1주일 상영기간 보장` `영화스태프 4대 보험 가입`, `영화스태프 훈련 인센티브 지원` 등 10여 가지의 작지만 공정한 거래 환경을 위해 꼭 필요한 조항들에 대해 실행하기로 약속을 했다. 또 부속합의문의 조항들이 현실에서 지켜지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기 위해 `영화산업환경개선센터`까지 업계 자율로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물론 문화부와 진흥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의 꾸준한 설득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 한다`는 영화업계의 오랜 관행, 즉 `협치`의 미덕이 크게 발휘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지난 6월에는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인 CGV가 자사의 수익을 줄이겠다고 스스로 발표했다. 한국영화 전체의 상생을 위해 수익의 5%를 줄여 한국영화 창작자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 어떤 산업계보다 모범적으로 동반성장의 화두를 실현하고 있는 영화산업계의 `협치`의 산물이며, 15년간 영화진흥위원회라는 합의기구를 통해 `협치`의 원칙을 구현해온 저력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영화산업계가 유지해 온 거버넌스의 미덕을 영화산업과 유관된 타 산업과도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 즉 창작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방송드라마 등의 통합 움직임과 유통영역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정보통신과의 조우를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를 위한 여러 해결과제를 영화산업계가 과거의 경험과 상생의 원칙을 살려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lim08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