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19>스마트 무버 경영 ③CEO, 큰 그릇 이상이 돼라

스마트 무버(Smart Mover)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선도자(First Mover)가 걸은 길을 따라 걸으면 되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기업의 CEO 자질과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19>스마트 무버 경영 ③CEO, 큰 그릇 이상이 돼라

칼럼에서 소개한 여러 사항을 체득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변화와 진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전문성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외부 중심적 사고가 필요하고, 구성원과 리더를 묶어 한 방향으로 이끌 줄 아는 그런 자질이 필요하다.

벤처기업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면서 중견기업이 되기도 하고 대기업이 되기도 한다. CEO의 자질은 그 기업이 초기 벤처기업인지 중견기업, 혹은 대기업인지에 따라 요구되는 수준이 다르다. 또 한 기업이 벤처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상황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초기 벤처에서는 연구개발 능력이 뛰어난, 중견기업일 때는 영업과 마케팅력이 뛰어난, 대기업으로 성장했을 때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뛰어난 CEO가 적절하다. 그러지 않으면 어릴 적 입던 옷을 학생이 돼서도, 또 어른이 돼서도 바꿔 입지 않는 꼴이 된다.

CEO가 자신의 자질을 기업 규모와 특성에 맞게 지속적으로 키우거나, 아니면 각 단계에 맞는 그릇의 CEO를 영입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잘할 수만 있다면 후자보다는 전자가 낫다. 기술을 아는 사람이 영업과 마케팅을 알게 되고, 앞날까지 내다보게 된다면 더 바랄 나위 없다. 하지만 개념상으로는 쉽지만 실제로는 이를 실천하기 쉽지 않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CEO가 가지기 쉬운 `교만` 때문이다.

교만의 첫째는 지식 교만이다. 접하는 정보와 사람이 많으면 지식량도 따라 늘어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게 자신의 똑똑함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둘째는 권위 교만으로 자리 때문에 아랫사람이 어쩔 수 없이 수긍해주는 것을 자신의 권위 때문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셋째는 인격 교만이다. 아랫사람이 인간적으로 모셔주는 것을 자기 인격 때문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자신을 잘 다스리지 않으면 이런 교만이 자신도 모르게 넘쳐나게 된다. 아랫사람은 어리석고 생각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은 잘 해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초기에 성공을 거둔 벤처기업이 중도에 망가지는 이유 중 하나가 이 CEO의 교만 때문이다.

스마트 무버 CEO는 전문성의 한계도 뛰어넘어야 한다. 논어 위정(爲政)편은 CEO의 역할을 “그릇이 아니다(不器)”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그릇이라 함은 무엇 하나를 잘한다는 뜻으로 전문가 영역을 의미한다. 전문가가 되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전문가로만 머물지 말라는 의미다. 바둑을 둘 때 “정석은 배우되 잊어버리라”고 하는 것처럼 자신이 잘하는 하나만을 생각하며 그것을 키워 그것에만 더 담으려 하는 그릇 역할에 한정되지 말라는 뜻이다. 큰 그릇이 되기보다는 여러 좋은 그릇을 가져다 쓰면 된다.

스마트 무버 CEO의 역할은 이렇게 다른 그릇들을 가져다 잘할 수 있게 뒷받침하고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이다.

그릇이 전문 영역의 리더라면, 그런 그릇들을 가져다 최상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지휘자를 `메타리더(Meta Leader)`라고 한다. 메타리더는 리더의 연장선이 아니다. 리더가 자기 전문 영역을 잘 이끄는 사람이라면 메타리더는 그 리더들이 묶여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을 합쳐 함께 일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이 메타리더의 역할이 바로 스마트 무버 CEO가 갖춰야 할 자질이다.

스마트 무버 CEO는 자기 똑똑함과 불필요한 고집을 내세우지 않는다. 또 그럴 필요가 없다. 그는 자기를 상황에 맞추어 바꿔 나가고, 단순한 그릇 이상이 되려 하고, 리더들이 즐겁게 일하도록 뒷받침하는 메타리더의 역할만 충실히 할 뿐이다.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초빙교수 dwight@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