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20>스마트 무버 경영 ④사소과(赦小過)

논어 자로(子路)편에 사람을 쓸 때는 `작은 잘못은 용서하라`는 뜻의 `사소과(赦小過)`라는 구절이 나온다.

잘못이라 하더라도 의도된 고의와 일을 하던 도중 범한 실수는 다르다. 사소과는 `일을 하던 도중 생겨난 작은 실수를 용서하라`는 뜻이다. 이에 덧붙여 “작은 잘못을 용서해 준다면 형벌이 남용되지 않고 구성원이 기뻐할 것이다(小者赦之 則刑不濫而 人心悅矣)”라는 구절이 뒤따른다.

[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20>스마트 무버 경영 ④사소과(赦小過)

스마트 무버(Smart Mover)란 남이 앞서 한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니라 남이 아직 보지 못한 것, 남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작은 실패는 당연한 것이고, 작은 실패들을 낳는 작은 실수들 또한 당연한 것이다. 이것을 `사소과`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실수가 두려워 일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남보다 앞서 도전하는 기회를 영원히 잡을 수 없다. 당연히 스마트 무버도 될 수 없다. 자기 기량을 펼칠 용기를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껏 닦달해도 남을 따라 하는 수준에 머물게 된다.

예전에 내가 벤처기업을 경영할 때 일이다.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인물을 발굴해 생산직 임원을 맡겼다. 그는 일을 매우 잘했다. 회사를 향한 충성심도 뛰어났고 직원도 잘 따랐다.

그런 그에게서 작은 허물이 발견됐다. 제품 생산과 관련된 여러 납품 회사에서 그에게 촌지를 건넨 것이다. 인사치레 수준의 관행이었다. 그는 납품 회사로부터 받은 촌지를 모아 생산직원 복지에 사용했다. 나는 뒤늦게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부정부패 근절 차원에서 엄하게 다스렸고 그는 그 일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고의로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고, 개인을 위해 촌지를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그가 생각했던 것은 일을 원활히 하려는 대외적·대내적 유대관계 관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용의 본질보다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는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 했다.

명분을 따진 나의 처분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로 의도와 달리 생산조직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생산성 또한 떨어졌다. 그들을 일깨우려다 그들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그들을 멀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모두 말은 없었지만 작은 잘못을 사소과로 보듬지 못한 나를 피도 눈물도 없는 지도자로 여겼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며 포브스가 2012년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2위로 꼽은 셰릴 샌드버그가 구글 광고담당 임원으로 재직할 때 일이다. 그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잘못된 결정, 조급한 행동, 제대로 되지 않은 통제`로 수백만달러를 낭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녀는 구글 창업주 레리 페이지에게 자신의 실수를 사과했다. 레리 페이지는 “너무 소심해서 일을 하지 않는 회사보다 서둘러서 일을 많이 하는 회사가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위험에 충분히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녀를 보듬었다.

스마트 무버 경영은 구성원이 기존과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고 실수했을 때는 빨리 털고 일어나 그 실수를 본보기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 무버 경영에 `사소과`는 필수다. 이로써 조직의 자발적 성향과 능동성이 얻어지는 것이다.

논어는 덧붙인다. “작은 허물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아래로 온전한 사람이 없게 될 것이다(不赦小過 則下無全人矣)”라고.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초빙교수 dwight@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