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발표량이나 박사학위자 수 등을 따져보면 우리나라 순수 수학 수준은 세계 10위권 문턱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수학인 응용부문은 좀 다릅니다. 일본보다 50년이상 늦게 시작했죠”
김동수 기초과학연구원(IBS) 부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수학수준이 일정부분 올라 온 건 인정하지만,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가 단 한명도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로 수학계에 대한 아쉬운 소회도 드러냈다.
“수학을 순수 및 응용 2개 부문으로 나눠 볼 때 응용 쪽이 많이 부족합니다. 정부 지원도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김 소장은 국내 과학기술계 지원이 실험자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수학계 연구에는 사실 큰 장비는 필요 없지만, 콘퍼런스 등 정보공유가 다른 학문에 비해 훨씬 많아야 하는 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다른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부르면 대부분 `돈`과 연결되거나 접촉에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수학 분야에서는 필즈상 수상자를 초청하더라도 만사 제쳐놓고 온다. 교류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얘기에는 수학계가 장비도 거의 필요한 게 없는데, 무슨 예산이 그리 드느냐는 일반적인 시각에 대한 항변도 포함돼 있다. 교류와 초청 등을 통한 정보공유가 곧 그 나라의 수학 실력이고 위상이라는 얘기다.
좋은 인력에 관한 얘기도 내놨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더 중요한 건 인력입니다. 좋은 인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의 문제는 다른 기관에서도 중요하겠지만, 수학 분야에서는 거의 절대적입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학계는 훌륭한 인력을 끌고 오는데 있어 연구비나 좋은 실험기구, 학생 등이 유인책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함께 연구할 사람, 능력 있는 사람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좀처럼 잘 하지 않는 기관 내부 얘기도 했다. 순수 수학자와 응용 수학자가 모여 수학의 응용을 개척하고 있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 얘기를 풀어갔다. “최근 연구소 내에 수학원리응용센터(CAMP)를 만들었습니다. 수리과학과 산업체 간 교류 협력의 장이 될 것입니다. 응용 및 융합연구의 본산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김 소장은 기초과학연구원의 엑스포과학공원 입주와 관련해 “함께 움직이긴 하지만, 독립건물을 갖춰나가는데 정책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