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압에서 사람과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액추에이터 개발

박문정 포스텍 교수· 김온누리 박사과정 연구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

최근 개봉된 영화 `퍼시픽 림`에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로봇 `예거`가 등장한다. 예거처럼 사람의 움직임과 똑같이 정밀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저전압 전기감응성 고분자 액추에이터가 개발됐다.

왼쪽부터 박문정 교수 김온누리 박사.
왼쪽부터 박문정 교수 김온누리 박사.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와 김온누리 박사과정 연구팀은 최근 나노구조를 가진 술폰화된 블록공중합체(Block copolymers)에 이온성 액체를 넣어 1V 이하 전압에서도 빠르게 반응하는 전기감응성 고분자 액추에이터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생체 모방형 기술 발전에 따라 로봇이나 생체근육의 대용기능으로 사용될 인공근육에 필요한 전기감응성 액추에이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 중 고분자 액추에이터는 중량이 적고, 유연성이 뛰어나 기계적 강도가 높은데다 비용측면에서도 유리해 학계에서 주목하는 분야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고분자 액추에이터는 4~5V 이상 높은 전압에서만 느리게 반응하고, 특히 공기 중에서 안정적인 구동이 불가능해 실제 생체 모방형기기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잘 정렬된 나노구조 고분자 내부에 공기 중에서도 전기화학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이온성 액체를 넣어 전달 효율과 기계적 안정성을 높인 액추에이터를 개발하는 데 목표를 뒀다. 특히, 인간 친화적 생체 모방형 액추에이터로 적용하는 데 필수인 소형 배터리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액추에이터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1V 미만의 전압에서도 1초 내에 수㎜를 움직일 수 있는 액추에이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인공근육과 같은 생체 모방형 기기를 고작 1.5V AAA 크기의 배터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구동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박문정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전기감응성 액추에이터 구동 전압을 크게 낮춰 전압이 낮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인간 친화적 기기 개발의 기반을 닦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마이크로센서는 물론이고 로봇공학과 인공 근육 등 생체 모방형 기술에 응용 가능성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글로벌프런티어 사업,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CU)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