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보기관, 레노버 PC 사용 제한…중국 정보감시 우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보기관이 2006년부터 중국 PC 제조사 레노버의 제품 사용을 제한해왔다고 호주 경제지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FR)가 30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로 정보유출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FR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2005년 레노버가 IBM PC사업부를 인수한 다음해부터 주요 정부기관 네트워크에 레노버 PC 접근을 제한했다. 중국 정부가 소프트웨어 실행을 담당하는 펌웨어를 수정하거나 하드웨어를 변형해 핵심 정보를 감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례로 미국 국무부는 2006년 레노버 PC 1만6000대를 구입했고 이 중 900대 가량을 기밀 취급 네트워크에서 사용했다. 미 의회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이마저도 주요 네트워크 접근을 제한했고 레노버가 아닌 다른 회사 제품으로 구매 정책도 변경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보기관도 레노버 PC 사용을 제한한다. 이 국가들은 `다섯 개의 눈`으로 알려진 첩보동맹 회원국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군 암호 해독을 위해 협업하면서 생겨났다.

다섯 개의 눈 소속 정보기관은 주요 시스템에 `에어 갭 모델`로 불리는 단일 네트워크와 보안 장치를 사용한다. 외부에서 침투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레노버 PC 사용을 제한하는 것도 보안 강화의 일환이다. 이들은 주로 델과 HP PC를 사용한다.

AFR는 레노버 PC 사용 제한이 중국 정부의 정보 감시 위험을 어느 정도나 완화시켰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HP나 델 PC에 쓰이는 칩도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되기 때문이다. AFR는 “미국 국가안보국은 자국 방어시스템에 악의적인 목적을 가진 시스템이 널리 퍼져 있다고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스파이 활동 뒤에 중국 정부 있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어 중국 IT기업에 대한 의심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9일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은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중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