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700㎒ 유휴대역 확보→통신용 할당·모바일 트래픽 대응`
지역별로 시기와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해외에서는 디지털TV(DTV) 전환으로 발생하는 700㎒ 여유대역 주파수를 폭증하는 모바일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통신용으로 배정하는 흐름이 이미 대세로 굳어졌다.
2009년 6월 세계 최초로 DTV 전환으로 698~806㎒ 대역을 확보한 미국은 2000년도 일찌감치 경매를 진행, 공공안전용 24㎒와 다른 용도 주파수 간 간섭을 막기 위한 가드밴드 4㎒ 폭을 제외한 70㎒ 폭을 통신용으로 경매에 부쳐 할당을 재배치 완료했다.
트래픽 폭증에 따라 내년에는 600㎒ 대역 120㎒ 폭까지 통신용으로 내놓기로 했다. 세계 최초로 강제적 회수재배치가 아닌, DTV 전환으로 여유대역이 생긴 방송사의 자발적 반납과 재정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보상경매` 방식을 취했다. 주파수 수요 증가에 대처하면서도 통신사로부터 받은 경매 대금으로 방송사에 주파수 반납에 따른 수익을 보전해주는 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미국의 경우, 우리와 반대로 방송·통신 주파수를 종합 관장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통신용 주파수 확대를 의회와 정부에 건의하고, 이를 전미통신정보부(NTIA)가 받아들여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지난해 6월 아시아에서는 가장 빠르게 700㎒ 대역을 이동통신용도로 할당했다. NTT도코모와 KDDI, eAcess 3개 통신사가 상하 각각 10㎒씩 총 60㎒를 롱텀에벌루션(LTE) 통신용으로 배분받아 2015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이 700㎒ 여유대역의 이동통신용 할당을 결정한 상태다. 지난 2010년 9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무선포럼에서 합의한, 698~806㎒ 대역을 LTE 통신용으로 쓰는 것을 골자로 하는 `APT700 밴드 플랜`에 따른 것이다. 올해 4월에는 호주도 700㎒ 대역 60㎒ 폭에 대해 이동통신용 할당 경매를 진행했다. 호주의 DTV 전환이 완료되는 2013년 말부터 이용이 가능해진다. 이웃한 뉴질랜드도 조만간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최근 동남아 지역국가 모임인 SATRC(South Asian Telecom Regulatory Counsil)에서도 APT700 밴드 플랜 채택을 공식 공표했다.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부탄·인도·이란·몰디브·네팔 등 비교적 후진국들이 빠르게 LTE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공동으로 700㎒ 대역을 개발해 공유하기로 했다. SATRC 외에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이 APT700 밴드 플랜 채택을 약속했다.
유럽은 지난해 DTV 여유대역 주파수로 발생한 800㎒ 대역에 대해선 EU 차원에서 회원국들에 통신용 할당을 의무화했다. 700㎒ 대역은 두 번째 DTV 여유대역으로 불리며, 이 역시 이동통신 용도로 분배변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위원회 산하 주파수정책그룹에서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할 경우 조정 방안 마련 방향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지난해 10월 내놓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UHD 등 아직 콘텐츠·인프라 등 전반적으로 준비를 마치지 않은 차세대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를 지상파 방송사들이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며 “700㎒ DTV 여유대역 통신용 할당이 세계적 추세인 만큼 우리나라만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주파수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해외 각 지역 DTV 여유대역 활용방안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