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94>비전의 네 가지 종류

비전에는 대체로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비전`은 `비전(非典)`이다. 듣는 순간 그것은 비전이 아니라는 생각이 순식간에 찾아오는 빛 좋은 개살구다. 비전을 제시하는 입장에서는 비전이라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비전이 아닌 경우다. 이런 비전은 기업의 매출목표를 숫자로 제시해놓고 그것이 비전인 것처럼 착각하거나 오해하는 경우다. 이런 비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보다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어 결국은 구성원의 결집력을 떨어뜨리는 악성 바이러스에 해당된다.

두 번째는 `비전(悲典)`이다. 듣는 순간 갑자기 무척 마음이 슬퍼지는 달성 불가능한 슬로건이다. 무엇보다도 비전은 듣는 순간 3초 이내에 심장이 뛰면서 의미가 심장에 심어져야 한다. 그래야 의미심장한 비전이 되는데, 역으로 심장에 꽂히지 않고 심장박동을 멈추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비전은 열정을 촉발시키는 엔진이나 촉매제로 작용하지 않고 열정을 싸늘하게 식게 만드는 냉각수나 진정제로 만드는 슬픈 비전이다.

세 번째는 `비전(秘傳)`다. 비전을 만들어 전직원들과 열린 마음으로 공유하지 않고 소수 몇 사람만 알 수 있도록 비밀(秘密)리에 전달(傳達)하는 문건이다. 비전을 만들어 경영층 몇몇만 공유하거나 설혹 만들었다고 할지라도 전직원 공유용 비전과 경영층의 숨겨진 의미를 소수 몇 사람만 비밀리에 공유하는 비전이다.

마지막은 `비전(飛展)`이 되어야 한다. 비전을 듣는 순간 가슴이 뛰고 입술이 깨물어지며,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들어 비상(飛上)하는 이상적인 발전(發展) 모습이다. 이는 회사와 구성원을 일심동체로 만들어 함께 꿈의 목적지로 비상하는 비전이다.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처럼 무섭고 예리하게 미래를 내다보면서도 소처럼 우직하게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호시는 비전이고 우보(牛步)는 전략이다. 호시 없는 우보나 우보 없는 호시 모두 무용지물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