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해커 공화국

30분이면 나라 전체의 교통 신호부터 금융, 항공·철도 시스템까지 마비시킨다.

사이버 전쟁에서다. 공격자는 어떤 핵폭탄보다 강력한 공격력을 갖는다. 세계 어느 국가도 피해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진 선진국 일수록 더 그렇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정치·국방 주도권을 놓고 사이버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북스 클로즈업]해커 공화국

이제 사이버 전쟁을 이해하는 것은 세계 정세를 알기 위한 중요한 고리가 됐다. IT에 무지해도 해커란 단어만 아는 국민이라면 사이버 테러가 갖는 파괴의 힘을 알고 있다. 이미 수 차례 금융·언론 시스템 마비 사태를 겪은 한국이다.

아직 대부분 국민들이 갖는 사이버 전시 상황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이다. `해커 공화국`에서는 미국 정부의 안보 핵심 인사가 직접 사이버 전쟁의 실제 사례와 내막을 공개했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르는 미국 정부의 역사 속에서 실제 보안 업무를 수행한 리처드 클러크가 저자로 참여했다. 공동 저자인 로버트 네이크는 미국 대외관계협의회 선임연구원으로 안보학 전문가다. 사이버 보안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한국이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만한 요소들을 제시했다. 어려운 보안 이야기를 가능한 알기 쉽게 적절히 다뤄냈다. 정치나 전쟁에 관심이 없더라도 사이버전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지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클라크는 기술·정부·군사 전략은 물론이고 범죄자·스파이·군인·해커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담으려 했다. 미국이 이미 `패배`를 맛봤다는 점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는 `21세기 사이버 전투`에서 미국이 이미 1940∼1950년대 소련과 중국이 빼낸 핵폭탄 기밀과 맞먹는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한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흥미로운 것은 사이버전이 여타 물리적 전쟁과 다른 매우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기밀 유지`란 점이다. 무기가 공개되는 즉시 효력을 잃는다. 상대방이 곧 방패를 마련할 수 있다. 핵무기는 보여진다 해도 무기의 힘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사이버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비밀 보장이 곧 군력이다.

저자는 사이버 무기의 작동 원리를 파헤친다. 가상의 폭발물이 등장한다. 피해자는 민간인이다. 신기술이 총 동원된 무기들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만들어 낸다. 그럼에도 과거에 핵전쟁을 막았던 그 억제력은 사이버전에서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사이버 무기를 과신하는 것도 위험하다. 새로운 전략을 신속히 만들어 내고 또 현대화해야 한다. 실제 사례로 미국 국방부를 침범한 외국 사이버 스파이의 침공 일지부터 미국 전력망 제어 시스템, 최신식 전투기 보호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소설같은 이 사이버 전쟁 이야기는 엄연한 현실이다.

두 저자는 10년 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첫 사이버 위기 회의부터 지금의 모습에 이르는 대응 현황도 그렸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보여주고 얼마나 잘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논쟁을 불러낸다.

리처드 클라크·로버트 네이크 지음. 이선미 옮김. 에이콘출판 펴냄. 1만9800원.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