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5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위원회(ITC)의 애플 제품 수입 금지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 직접적인 항의는 자제한 가운데 미국 정부의 후속 판결을 지켜본 후 추가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USTR의 결정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권 보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산업부는 오는 9일로 예정된 ITC의 삼성전자·애플 특허분쟁 판결과 이후 미 행정부 결정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공정하고 합리적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했다. 현재로서는 우려 표명 외에 정부 차원의 직접 대응 계획은 없다.
USTR의 거부권 행사는 자국 법과 제도에 따른 것으로 아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우리나라에도 미 ITC와 같은 무역위원회가 있지만 자국 내 불공정무역 이슈를 다루는 기관이어서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여할 근거는 없다. 정부는 공식 절차보다는 비공식 채널을 이용해 미국 측에 대응해나갈 공산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미국 측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우선 9일 ITC 판정을 지켜본 후 추가 대응 여부를 고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초 ITC가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애플과의 다른 특허 소송 3건을 항소했다. 삼성전자가 여기서 승소하면 ITC는 애플 제품 미국 내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어 오바마 정부가 ITC의 권고안에 또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재연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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