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삼성·LG家 LCD 모듈 업체, TSP에서 성장동력 찾는다

보광그룹 계열의 BKE&T와 희성그룹 계열인 희성전자가 터치스크린패널(TSP) 사업에서 나란히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범 삼성·LG 그룹 가족 회사들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TSP 시장의 판도를 바꿀 유력한 업체들로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BKE&T(옛 BKLCD)는 충남 천안 공장에 커버유리완전일체형(G2) 방식 TSP 시제품 생산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샘플 양산에 성공해 국내외 전자제품 업체에 영업을 시작했다. BKE&T 관계자는 “일단 국내에서 양산 기술력을 확보한 뒤 고객사가 정해지면 중국 심천·쑤저우의 LCD 모듈 공장을 전환해 대량 생산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듐주석산화물(ITO) 증착은 외주를 맡기고 기타 공정은 내재화 해 TSP와 LCD 모듈을 일괄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희성전자는 노트북PC·스마트패드 등 중대형 기기용 TSP 생산 공장 구축에 들어갔다. 올해 10월 양산이 목표다. 우선 월 생산능력 약 17만장 규모로 출발한뒤 추가 수주에 따라 50만장까지도 확대할 예정이다. 중·대면적 양면 인듐주석산화물(GF2) 방식이다.

두 회사 모두 LCD 모듈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던 업체다. LCD 모듈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최근 몇 년간 TV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수익성이 떨어져 돌파구가 필요했다.

BKE&T는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모듈을 외주 제작해왔다. 지난 2010년 매출액 5000억원을 기록한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4000억원까지 떨어졌다. 희성전자 역시 LG디스플레이에 LCD 모듈과 백라이트유닛(BLU)을 공급하면서 성장했다.

BKE&T와 희성전자가 TSP 사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TSP 업계 판도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LCD 모듈 사업처럼 범 삼성·LG가(家)로서 후광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LCD 모듈 양산 노하우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TSP 기술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중·대형 TSP 시장부터 진입하지만 향후 스마트폰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LG전자에 하이브리드커버유리일체형(G1F)이나 필름전극방식(GFF)으로 TSP를 공급하던 전문 중소기업들은 강력한 후발 경쟁사들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 관계 기업들이 TSP 사업에 진출하면서 BLU나 LCD 모듈처럼 이 시장도 몇 개 기업만 남는 승자 독식 시장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LG그룹 내 삼성전기, LG이노텍과 불편한 경쟁 관계도 예상된다. 최근 삼성전기와 LG이노텍 역시 중·대형 TSP 사업에 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대기업에 기대 온 업체들이라 그룹 계열사와 사업 영역이 겹치더라도 마땅한 신사업을 찾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