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하면 숫자가 바뀐다···제록스 복사기 논란

독일의 한 대학원생이 제록스 복사기로 도면을 복사했다가 숫자가 바뀌어 찍히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7일 BBC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독일 본대학 계산기하학 박사과정에 있는 다비드 크리젤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제록스 복사기에서 숫자가 바뀌어 찍히는 오류를 발견했다는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그의 글에 따르면 원본 도면에 21.11㎡와 17.42㎡로 표기된 것이 제록스 워크센터 7535와 7556 기종으로 복사하면 때때로 14.13㎡로 바뀌어 인쇄됐다.

숫자 6이 8로 바뀌는 경우도 잦았다. 그의 글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다른 제록스 복사기 사용자들도 비슷한 오류를 겪었다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이 오류는 제록스의 일부 디지털 복사기에서 원본 문서를 스캔할 때 사용하는 압축방법인 `JBIG2` 때문으로 드러났다. JBIG2는 일정한 형상을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것으로 대체해 저장하기 때문에 파일 크기를 작게 줄일 수 있지만 숫자나 문자는 비슷하게 생긴 다른 것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논란이 일자 미국 제록스 본사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스캔 방법으로 JBIG2를 사용하는 보통 모드에서 생기는 문제”라며 “고품질이나 초고품질 모드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복사기 출고 때 기본적으로 고품질 이상으로 설정돼 있으며 이미 홈페이지에도 보통 품질에서는 글자가 바뀌는 오류가 날 수 있음을 공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들은 제록스의 해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

제록스 해명글에는 “제록스가 `복사`의 정의를 바꿨다”, “해당되는 기종을 모두 밝히고 고객들에게 통지하면 좋겠다”, “워크센터 기종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바꿔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문제를 처음 제기한 크리젤도 “글자가 바뀔 정도의 인쇄 품질을 `보통`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정보가 왜곡될 수 있을 정도의 설정은 복사기에서 빼버리거나 사용할 때마다 경고문이 뜨도록 하라”고 제안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