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 이기려고 '로비 자금'만 28억 썼다

애플이 지난해 초부터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특허분쟁과 특허제도 개혁과 관련된 로비를 위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를 상대로 250만달러(약 28억원)를 사용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제품 수입을 금지한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 같은 로비의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애플은 구글보다 워싱턴 로비에 훨씬 적은 돈을 쓰지만 지난해 로비의 초점을 법무부에 초점을 맞춘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팀 쿡 CEO가 지난 5월 애플 세금 회피 문제와 관련해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기로 결정한 것은 애플의 정책이 스티브 잡스 때와는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분석이다. 잡스가 CEO로 있을 때 애플은 워싱턴을 상대로 로비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높은 평판을 유지했다. FT는 애플이 로비활동을 묻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월 ITC는 애플의 구형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삼성전자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며 해당 제품의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판정하고 백악관에 이 같은 내용을 권고했다. FT는 애플이 이 문제에 대한 로비를 위해 미국 의회의 중량급 전직 보좌진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미 하원 에너지 위원회의 전문위원이었던 티머시 파우더리와 린지 그레이엄(공화) 상원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월트 쿤이 포함됐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